CJ의 천만관객 쥐어짜기. '광해'는 성공할까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2.10.04 10: 40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CJ E&M이 올 가을 사극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로 천만관객 돌파를 노리고 있다. 한국영화의 제작과 투자, 그리고 배급 등 일련과정을 거의 독과점하다시피한 재벌 자본력을 바탕으로 특유의 밀어부치기를 강행중이다. CJ에서 파는 온갖 식용유들의 제조공정마냥 영화계를 꽉꽉 눌러서 쥐어짜고 있다.
개봉 4주차인 '광해'는 지난 주말 7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개봉 21일 만이다. 월드스타 이병헌의 생애 첫 사극으로 1인 2역 열연이 돋보인 '광해' 자체는 꽤 재밌는 영화다. 관객이나 평단의 반응 역시 호의적이다. 하지만 이 정도 스피드로 700만 관객을 넘어서고 천만관객을 바라볼 정도의 대단한 작품일까? CJ의 눈치를 살피는 영화 관계자들 가운데 일부는 그늘에 숨어 한숨만 푹푹 쉬고 있다. "다 알면서 뭘 물어?" 답변이다.
도대체 뭘 너도 알고 나도 안다는 건지 내막은 이렇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광해'는 3일 현재 914개 스크린수에 상영횟수 4,477회를 기록했다. 이날 하루에만 56만 9162명의 관객을 동원, 누적관객수 722만 386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개봉 당시의 집중력에 비하면 다소 떨어졌지만 4주 차 영화를 이 정도 틀어대면 CJ와 별다른 끈이 없는 다른 영화들은 살길이 막막해진다.
그래도 '광해'는 변명거리가 있는 게 아직 좌석 점유율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 관객의 동향을 파악하기 좋은 좌석 점유율에서 '광해'는 3일 60.7%로 4위에 올랐다. 픽사의 애니메이션 '메리다와 마법의 숲'(9월27일 개봉) 79.5%나 같은 날 막을 올린 '늑대아이' 61.4%에 뒤졌지만 준수한 성적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변수가 존재한다는 지적들이 있다. 다른 영화를 보려고 CJ 계열의 멀티플렉스를 찾았던 관객들은 온통 '광해'를 틀어대는 횡포(?) 때문에 어쩔수 없이 '광해'를 봐야되는 사례들이 종종 인터넷 등에서 회자되는 까닭이다. CGV측이야 늘 CJ E&M 영화라고해서 봐주는 게 없다고 하지만 그 말에 콧방귀라도 뀔 영화인이 과연 몇 명이나 될런지 궁금하다.
퐁당퐁당은 21세기 극장가에서 더 이상 동심을 자극하는 천진난만한 동요가사가 아니다. 스크린 수 독점이라고 비난이 쏟아지자 몇몇 우수한 두뇌들이 꼼수로 개발한 신종 관객수 몰아주기 전략의 하나다. 자기네 영화는 프라임 타임에 몰아넣고, 세입자 영화들은 평일 아침 조조나 심야에 퐁당퐁당 돌을 던지듯 한다. 에라! 잘먹고 잘살아라 푸념하는 제작사들만 당하는 게 아니고, 멀티플렉스 안에 모든 영화 있다고 믿고 찾았던 관개들도 배반당하긴 마찬가지다.
실제로 CGV는 CJ에서 막강한 수뇌부(?)의 특별 지시로 미는 영화들은 불도저 식으로 밀어부친 의혹들을 여러 차례 산 적 있다. 가까운 예로 비 주연의 '알투비:리턴투베이스'는 거금을 들인 대작답지않게 엉성한 스토리 라인으로 혹평을 받았지만, 냉정한 관객의 평가에도 끈질기게 대규모 스크린을 몰고다녔다. 결국 '도둑들'에 밀려 퇴출됐지만 120만명 가까운 관객을 모은 건 CJ의 쥐어짜기 덕분아니었나 싶을 정도다.
결국 요즘 영화판에는 시장의 법칙을 무시하는 절대권력이 점차 그 힘을 강화하고 있다. '반지의 제왕' 속 사우론은 조그만 호빗들의 강력한 의지 앞에 무릎을 꿇었지만 지금 영화계 절대 반지는 펄펄 끓는 용암에 떨어져도 녹을 것같지않은 포스를 자랑하는 중이다. 이래서야 김기덕 감독의 '도둑들' 발언이 계속 쏟아져야 당연하겠지만, 지금 영화계에서 김 감독 빼고는 영화계 재벌들의 눈치 안보고 소신 발언할 감독이나 제작자는 열 손가락이나 채울수 있을런지 걱정이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건, CJ E&M처럼 큰 돈 들인 대작을 자주 만들고도 천만관객과 인연 먼 회사도 좀처럼 찾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 아니었으면 어쩔뻔했는지. 그나마 영화계의 질서를 이 정도로 유지하는 건 역시 관객들의 혜안이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올 가을 극장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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