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은퇴하기에는 너무 아쉽다.
'코리안특급' 한화 박찬호(39)가 한국프로야구 데뷔 시즌을 마쳤다. 어쩌면 데뷔 시즌이자 마지막 시즌이 될지도 모른다. 지난 3일 대전 KIA전에서 시즌 마지막 등판을 가진 그는 은퇴 여부에 대해 "조심스럽게 생각하며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체적인 뉘앙스는 현역 은퇴 쪽에 기울었지만, 선수 생활 연장의 여지도 남겨놓았다. 그는 "구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봐야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한화 구단에서는 이미 그에게 잔류 요청을 밝혔다. 박찬호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린 구단은 물론이고 현장에서도 그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올 한해 그가 보여준 성적 그 이상의 값어치를 확실히 체감했기 때문이다. 전반기에는 수준급 선발투수로 로테이션을 빠짐없이 지켰고, 멘토로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했다. 몸 상태만 되면 활용 가치는 여전히 크다.

올해 박찬호와 함께 한 한화 한용덕 감독대행은 "내가 볼 때에는 괜찮으니까 조금 더 했으면 좋겠다. 우리팀에서 계속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박찬호에게 직접 말했다. 한용덕 감독대행은 "캠프 때부터 찬호를 쭉 지켜봐왔는데 먹는 것부터 해서 모든 일상생활에 운동을 접목하더라.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 숫자를 써놓고 조합·압축하는 본인만의 훈련도 있더라"며 그의 자기관리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가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도 이야기했다. 한 대행은 "원래 어린 선수들은 워밍업을 간단하게 했다. 하지만 찬호가 온 뒤부터 달라졌다. 찬호가 온천에서 미리 몸을 덮히고 준비하는 등 자세가 남달랐다. 밑에 후배들이 그런 모습을 보며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찬호는 정말 다방면으로 보고 배울 게 많은 선수"라고 설명했다.
당대 최고 투수로 한 시대를 풍미한 KIA 선동렬 감독도 몸 상태가 된다면 현역 생활을 연장하는 쪽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선동렬 감독은 "제일 중요한 건 몸 상태다. 찬호 본인이 자신이 몸 상태에 대해 가장 잘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어떤 쪽으로 결정하든 다 좋다고 생각한다. 몸 상태가 되면 내년에도 현역 생활하는 게 좋을 것이다. 후배들이 찬호의 훈련 자세를 보며 배울게 많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은퇴 고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선동렬 감독도 1999년 주니치에서 4번째 시즌을 마친 뒤 은퇴를 결정하기까지 3개월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선 감독은 "나는 20대 초반부터 좋을 때 유종의 미를 거두며 끝내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은퇴 고민을 하니까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더라. 그때 무릎이 좋지 않아 몸에도 조금씩 이상신호가 왔다. 지금 생각하면 잘한 결정이지만 그때는 상당히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돌아봤다.
박찬호도 매우 심각하게 은퇴를 고민 중이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부상으로 힘들고,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을까, 이대로라면 팀에 도움이 안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 있다. 후배들의 자리도 생각해야 한다. 부모님께서도 중년이 되어가는 아들이 안쓰러운지 그만뒀으면 하시더라. 조금 더 고민하고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 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야구를 그를 더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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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