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 배우 곽부성, 양가휘가 주연을 맡은 영화 '콜드 워'(Cold War, 렁록만 써니 럭 감독)가 개막작으로 상영되며 제 17회 부산국제영화제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4일 오후 부산 해운대 우동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 개막작 '콜드 워'가 시사회와 기자회견을 갖고 언론에 첫 공개됐다. 공개된 '콜드 워'는 홍콩영화를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더 없이 반가운 선물과 같은 작품.
영화는 세계에서 가장 치안이 안전한다고 자랑하는 홍콩에서 경찰관 5명이 피랍되는 사건이 발생, 이를 해결하는 와중 경찰조직내에 존재하는 내부의 적을 밝혀가는 과정을 그렸다. 선악의 대립구조보다 인간 내면의 본연적 욕망과 양심과의 싸움을 보다 심도 있게 그려낸 범죄 심리물이다.

무엇보다도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지그시 나이가 든' 홍콩 최고의 남자 배우들이다.
유덕화, 장학우, 여명 등과 함께 홍콩 4대 천왕으로 손꼽혔던 중화권 최고의 미남 배우 곽부성은 극중 부드럽지만 치밀하게 경찰 내부에 존재하는 내통자를 추적하는 라우 부처장 역을 맡아 여전히 이국적이 마스크와 다부진 몸매를 뽐내며 여기에 중후한 매력을 더한다. 특히 멜로 영화의 곽부성을 기억하고 있는 관객이라면 그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는 작품이다.

곽부성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인물은 양가휘가 맡았다. 홍콩 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배우 중 한 명으로 장 자크 아노 감독의 '연인'(1992)으로 전 세계 여심을 흔들었고 '동사서독', '영웅본색3', '신용문객잔', '적인걸:측천무후의 비밀' 등에 출연한 그는 특유의 고독함과 외로움 속에 묻어나는 섹시함이 매력이다.
극중 라우 부처장과 승진을 놓고 대립하는 리 부처장의 카리스마 넘치는 노련미는 관객들을 강하게 몰입시킨다. '연인' 속 양가휘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면, 그의 넓은 연기-이미지 변화 폭에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유덕화는 짧은 등장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이들 선배들과 쟁쟁한 연기대결을 펼치는 젊은 신예들의 향연도 주목할 만 하다.
장르적으로 영화 '무간도'를 떠올리게도 하지만 이 영화의 재미는 관객으로 하여금 '과연 마지막에 누가 승진을 할 것인가'란 고민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 만큼 '콜드 워' 속 인물들은 각각의 능력과 재능을 지니고 있어서 관객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며 마음 속으로 선택을 하게 만든다. '무간도'와 비슷하지 않냐는 지적에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같은 듯 하면서도 다르다. 그 점이 '콜드 워'를 개막작으로 선정한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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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