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승 장원삼과 9승 류현진, 무엇이 달랐나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10.04 21: 52

좌완투수 장원삼(29,삼성 라이온즈)과 류현진(25,한화 이글스)은 올해 나란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두 투수가 거둬들인 수확은 달랐다.
장원삼은 시즌 최종등판이었던 4일 대구 SK전에서 8이닝 5피안타 5탈삼진 실점으로 승리를 따내며 시즌 17승째를 따내고 올해를 마감했다. 최소 공동 다승왕을 확보한 장원삼은 데뷔 후 처음으로 타이틀을 차지하게 됐다.
같은 시간 류현진은 대전구장에서 넥센을 상대로 시즌 마지막 경기를 가졌다. 이날 경기 전까지 류현진은 시즌 9승(9패)을 기록하며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류현진 본인은 10이닝 4피안타 12탈삼진 1실점으로 눈부신 호투를 펼쳤지만 타선까지 동반 침묵해 승리를 따내는데 실패했다.

장원삼의 시즌 최종성적은 17승 6패 1홀드 157이닝 127탈삼진 평균자책점 3.55, 류현진은 9승 9패 182⅔이닝 210탈삼진 평균자책점 2.66이 됐다. 이닝소화나 평균자책점, 탈삼진 등을 따져보면 류현진이 장원삼보다 올해 좋은 투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투수에게 있어서 열매와도 같은 승리는 장원삼이 류현진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그 차이는 팀 타선이었다. 장원삼은 이날 팀 타선의 도움을 받아 생애 첫 다승왕을 확정지은 반면 한화 타자들은 류현진을 도와주지 않았다. 장원삼은 1-2로 뒤진 채 8이닝을 소화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리고 8회말, 삼성 타자들은 팀 에이스의 승리를 지켜주기 위해 3점을 뽑아 경기를 뒤집었다. 2사 만루에서 터진 손주인의 싹쓸이 3루타가 결정적이었다.
반면 류현진은 7회 강정호에 솔로포를 하나 맞은 게 유일한 실투였다. 그러나 타자들은 팀 에이스를 도와주지 않았다. 심지어 류현진은 연장 10회 무사 1,3루에 몰리기도 했으나 투구수 120개가 넘은 상황에서도 구속 153km를 찍으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치는 등 자신이 할 일은 다 했지만 1회 솔로포를 날린 최진행을 제외하고 나머지 한화 타자들은 무기력했다.
이날 경기에서 장원삼과 류현진은 모두 최고의 피칭을 했지만 결과가 달랐다. 둘의 차이는 타선 지원이었다. 한 경기 뿐만 아니라 올해 내내 장원삼은 팀 동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류현진은 그렇지 못했다. 한화의 경기당 평균득점은 3.8점으로 전체 7위, 삼성은 4.8점으로 전체 1위다.
더군다나 한화 야수들은 류현진 등판 날 자신들이 내던 평균점수도 뽑지 못했다. 27번의 등판 가운데 22번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류현진이지만 단 9승에 그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류현진은 2실점 이상을 하고도 타자들의 도움으로 승리를 챙긴 건 올해 단 1번 뿐이었다. 이에 반해 장원삼은 14번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지만 승수는 이보다 많은 17승, 야수들의 적절한 도움으로 다승왕 타이틀을 따낼 수 있었다.
2006년 장원삼은 신인으로 12승 10패 평균자책점 2.85의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예년 같았으면 당연히 신인왕 수상이 어렵지 않은 기록이다. 하지만 프로 입단동기 류현진은 18승 6패 평균자책점 2.23으로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6년이 지난 올해, 류현진은 여전히 위력적인 공을 뿌렸지만 승수는 달랐다. 둘의 차이는 기량이 아니라 소속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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