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말로 '멘붕'이라는 말에 가장 가까웠다. 손 쓸 방법이 없더라".
시즌 막판 롯데 자이언츠는 갑작스러운 부진에 빠지는 고난을 겪었다. 양승호 감독 부임이후 최다인 7연패, 그리고 한 번 이기고 다시 시작된 연패는 '5'까지 늘어났었다. 4강 확정까지 단 1승만이 필요한 롯데였지만 한 번 이기는 것이 그렇게 힘들었고 반면 경쟁팀인 KIA 타이거즈는 연전연승을 거듭했다. 이변의 희생양이 될 위기까지 몰렸으나 롯데는 2일 군산 KIA전에서 에이스 윤석민을 공략하는데 성공하면서 승리를 거두고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 지었다.
롯데가 다섯 해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것은 분명 대단한 성과임에 틀림 없다. 그러나 순항하다 9월 중순이후 부진에 빠져 롯데 선수들은 자신들이 이뤄낸 성과를 즐길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이는 베테랑 내야수 조성환(36) 역시 마찬가지였다. 군 제대 후 첫 시즌이던 2008년 조성환은 롯데를 8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은 일등공신이 됐다. 팀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조성환은 올해 여러 잔부상으로 부침을 겪으면서도 자리를 지켜 팀의 4강 진출에 일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성환은 "시즌 막판 너무 힘들어서 4강 확정에 대한 기쁨을 누릴 새가 없다"고 말했다. 팀이 연패에 허덕이는 동안 조성환 역시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연패를 끊기 위해) 안 해본 게 없다. 후배들을 혼내보기도 하고, 격려해 보기도 했다. 그래도 안 돼서 부담을 가질까봐 그냥 놔둬보기도 하고 여러 수를 써도 안 되더라"고 말한 조성환은 "다 안 되니 요즘 말로 '멘붕'에 가까웠다"고 한숨을 쉬었다.
우여곡절 끝에 롯데는 4강을 확정짓고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있다. 조성환은 롯데의 4강 진출을 의심하지 않았다면서도 "막상 결정되고 나니 후련하긴 하다"고 웃었다. 혹시라도 시즌 막판 순위가 뒤집히는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일말의 부담감이 롯데 선수들을 괴롭혔지만 이제는 모든 게 결정되고 마음의 짐을 벗었다.
정규시즌 1위와 2위는 삼성 라이온즈와 SK 와이번스로 정해졌지만 아직 3위와 4위는 확정되지 않았다. 4위 롯데와 3위 두산 모두 2경기씩 남겨둔 가운데 두 팀의 차이는 1.5게임 차, 롯데가 남은 2경기를 모두 잡고 두산이 모두 져야 두 팀의 순위는 바뀐다. 그렇지만 현 제도에서 정규시즌 3위와 4위의 차이는 거의 없다. 긴장이 풀릴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조성환은 SK와의 인천 원정을 떠나기 앞서 선수들에게 "긴장을 늦추지 말고 정상적으로 경기를 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고 한다.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수 있는 상대이기에 약점을 노출하면 안 된다는 뜻에서다.
정규시즌은 끝나 가지만 롯데의 가을야구는 이제부터다. 조성환은 "지금은 다른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 무조건 (시리즈) 한 번은 이긴다는 생각 뿐"이라고 힘줘 말했다. 조성환, 그리고 롯데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아직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서 시리즈 승리를 거둔 적이 없다.
"연패 기간동안 정말 힘들었지만 그만큼 우리 선수들이 배운 건 많았다. 좋은 약이 될 것 같다"고 연패에서 긍정적인 동력을 찾은 조성환, 이번 가을에는 그토록 바라던 우승을 이룰 수 있을까. "이대호와 장원준이 빠져서 힘들다는 예측이 나왔을 때도 난 선수들에게 '우리가 할 것만 하면 된다. 우승이 목표'라고 강조 했었다. 어쨌든 4강에 진출했으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올해는 꼭 꿈을 이뤄보고 싶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