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당당’ 나이트-류현진, 뒷모습 빛났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0.05 06: 47

개인 타이틀과 대기록이 걸려 있었다. 사람이라면 우회로를 생각할 만도 했다. 그래도 그들은 끝까지 자존심과 품위를 지키는 방향을 선택했다. 비록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그 대신 팬들의 진심어린 박수를 이끌어냈다.
브랜든 나이트(37·넥센)와 류현진(25·한화)은 4일 경기 결과에 따라 꿈꿨던 목표가 하나씩 날아갔다. 16승으로 다승 공동선두였던 나이트는 4일 대구 SK전에 등판한 장원삼(삼성)이 시즌 17승째를 따내면서 생애 첫 다승왕의 꿈이 사라졌다. 프로통산 세 번째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에 도전했던 류현진도 ‘괴물투’를 선보였으나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며 끝내 9승에 멈춰 섰다.
경기 막판까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장원삼은 1-2로 뒤진 8회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대로 경기가 마무리됐다면 나이트는 공동 다승왕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삼성이 8회말 경기를 뒤집으면서 없던 일이 됐다. 류현진은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의 애를 태웠다. 연장 10회까지 129개의 공을 던지며 12개의 삼진을 잡아냈지만 7회 강정호에게 허용한 홈런 한 방이 아쉬웠다. 시즌 내내 류현진을 돕지 못한 한화 타자들은 끝까지 무기력했고 그렇게 6년을 이어왔던 기록도 마침표가 찍혔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한 번 더 기회가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은 남는다.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기에 더 그렇다. 나이트의 소속팀 넥센은 5일 잠실 두산전이 남아있다. 1일 목동 두산전에서 91개의 공을 던진 나이트다. 3일 휴식은 부담이 되지만 중간계투로 등판해 승수 쌓기에 도전하는 시나리오는 가능했다. 류현진도 사실 더 많은 등판 기회가 있었다. 띄엄띄엄 짜인 잔여경기 일정을 잘 조정한다면 한 번 정도는 더 등판할 여지를 마련하기는 충분했다.
그러나 이들을 타이틀과 대기록에 집착하지 않았다. 나이트는 스스로 “더 등판하지 않겠다”라고 못을 박았다. 김성갑 넥센 감독대행은 “나이트는 정말 신사적인 선수다. 스스로 원하지 않는다. 200이닝을 던진 것만으로 만족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류현진 역시 자신이 최종전을 지목했다. 기록을 위해 무리하게 등판하기보다는 최상의 컨디션으로 10승에 도전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리고 정말 최선을 다해 던지며 팬들에게 1승 이상의 선물을 했다.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개인 타이틀이나 기록을 밀어주기 위한 편법이 비일비재했다. “비난은 순간이지만 기록은 영원하다”라는 말도 나왔다. 실제 오랜 세월이 지나 팬들의 뇌리에서 잊힌 사례도 많다. 하지만 나이트와 류현진은 이를 스스로 거부하며 정정당당하게 목표에 도전했다. 비록 타이틀과 기록을 손에 넣지는 못했지만 이들의 뒷모습이 초라하지 않은 이유다. 팬들도 이를 또렷하게 기억할 것이 틀림없다. 기록만큼 감동도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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