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찬바람의 기운이 불고 있다. SK에는 익숙한 계절이다. 익숙한 만큼 그 계절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9월 들어 놀라운 기세를 선보인 SK는 예상보다 빨리 2위를 확정지었다. 부상병들의 복귀, 가을만 되면 집중력이 살아나는 특유의 ‘DNA’가 조합된 결과였다. 2위라는 수확물은 달콤하다. 6일 문학 롯데전을 끝으로 페넌트레이스를 마무리하는 SK는 16일로 예정된 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9일의 휴식 시간을 확보했다. 게다가 일찍 2위를 결정지은 덕에 시즌 막판에도 주축 선수들에게 휴식을 줄 수 있었다.
지난해 SK는 시즌 끝까지 2위 경쟁을 했다. 그리고 곧바로 준플레이오프를 치렀다. 쉴 새가 없었고 한국시리즈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진 하나의 원인이 됐다. 이에 비하면 올해는 훨씬 더 수월한 일정이다. 하지만 쉬는 것도 지혜가 필요하다. 일정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효과는 극대화될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적절한 긴장과 이완이 필요한 셈이다. 때문에 SK의 머릿속도 복잡해지고 있다.

일단은 휴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SK의 주축 선수들은 시즌 내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마운드는 말할 것도 없고 야수들도 힘이 부쳤다. 이들이 완벽한 몸 상태를 찾는 것이 우선이다. 이 대명제 하에 SK는 4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주전 상당수를 원정 버스에 태우지 않았다. 이동으로 인한 피로를 경계한 조치였다. 롯데와의 시즌 마지막 2경기에도 주축 선수들을 대거 쉬게 할 예정이다.
시즌 종료 후 구체적인 일정도 윤곽이 드러났다. 역시 예년에 비하면 휴식의 비중이 조금 더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6일 시즌을 마치는 SK는 7일 하루를 쉰다. 8일과 9일에 걸쳐 가벼운 훈련과 팀 훈련을 소화한 뒤 다시 10일은 휴식일로 비워뒀다. 11일부터 13일까지는 2박 3일의 합숙 훈련이 예정되어 있다. 자체 청백전과 외부 팀과의 연습경기를 치르는데 주·야간 1경기씩을 잡아 놨다.
합숙일정은 다소 변수가 있을 수 있다. 음식과 객실 문제 때문이다. 다만 이 범위를 크게 깨지 않는 선에서 변경될 전망이다. 그 후 14일 하루를 쉬고 15일 다시 소집해 16일 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른다는 계획이다. 휴식일에도 선수들의 자율훈련은 계속 되겠지만 대충 훑어봐도 약간의 여유는 엿보이는 일정이다.

그러나 마냥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부상을 안고 있는 선수들의 몸 상태를 최대한 끌어 올리는 것이 최대 관건이다. 9일을 쉰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선수들도 있고 부상 재발의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도 있다. 마운드에서는 핵심 선수들의 피로도 관리가 중요하다. 윤희상 박희수 정우람과 같은 선수들이다.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한편 플레이오프 엔트리는 남은 최대의 이슈다. SK는 9월 시행된 확대엔트리 제도의 가장 큰 수혜자였다. 가용인원이 5명 늘어나면서 부상과 체력저하에 시달리던 선수단이 활기를 되찾았다. 그러나 플레이오프에 명단에는 26명만이 이름을 올릴 수 있다. 현 엔트리에서 5명을 빼야 함은 물론 준플레이오프 승자와의 상대성도 생각해야 한다.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이만수 SK 감독은 “지난해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아주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막판까지 지켜볼 부분은 있다”며 1~2자리 정도에서는 고민이 있음을 넌지시 드러냈다. SK는 지난해 투수 12명과 야수 14명으로 엔트리를 짰다. 이 틀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최근 출전 기회를 얻고 있는 백업 선수들의 활약상이 시즌 막판 볼거리가 될 전망이다. 대타 및 대수비 자원, 불펜 1~2자리에서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