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믿어봐야지 어쩌겠어".
올 시즌 처음 한국 무대를 밟은 넥센 히어로즈의 앤디 밴 헤켄(33)은 좀처럼 구하기 어렵다는 외국인 좌완 투수로서 팀의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지난 봄 스프링캠프에 이어 시범경기 때부터 많은 우려를 낳았다.
커브, 체인지업 외에 예리한 결정구가 없는데다 직구 구속이 140km 이하에 머물면서 타자들을 압도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커졌다. 당시 밴 헤켄을 지켜보던 김시진 전 넥센 감독은 시범경기 때 "이미 계약을 한 선수니 더 기회를 줘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4월 3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3.50으로 안정적인 데뷔전을 치른 뒤 5월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43의 기록으로 3승을 거두며 우완 브랜든 나이트(37)와 함께 좌-우 원투펀치를 완성했다. 나이트와 밴 헤켄은 전반기 팀의 40승 중 16승을 함께 올리며 창단 첫 전반기 3위를 이끌었다.
밴 헤켄은 직구 구속도 140km 중반까지 높이면서 낙차 큰 체인지업과 커브 등 떨어지는 변화구를 활용해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그는 한국형 외국인 투수에 가까웠다. 한 코치는 "밴 헤켄의 공이 보기에는 위력적이지 않은데 정작 타석에 들어선 타자들은 쳐내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후반기 들어 주춤했다. 공이 타자들의 눈에 익으면서 안타를 맞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팀 성적은 그가 부진한 동안 6위까지 떨어졌다. 밴 헤켄은 설상가상 8월초 옆구리 통증으로 2군에 내려가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크게 무너지지 않고 조용한 호투를 이어나가며 지난달 18일 잠실 LG전에서 한국 무대 첫 해 두자릿수 승리 달성에 성공했다.
밴 헤켄은 그 기세를 이어 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던 지난 4일 대전 한화전에서 8이닝 4피안타 5탈삼진 1사사구 1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유종의 미'를 거뒀다. 비록 이날 생애 2번째 200탈삼진을 기록한 류현진(26)의 10이닝 12탈삼진 1실점 완벽투에 가렸지만 밴 헤켄도 칭찬받을 만한 호투였다. 올 시즌 밴 헤켄의 총 성적은 28경기 11승8패 평균자책점 3.28.
시즌이 끝나갈 무렵 밴 헤켄은 "후반기에 내가 너무 못 해서 팀과 재계약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웃으며 "팀이 원한다면 기꺼이 내년에도 여기서 뛰고 싶다. 타자들의 스타일을 파악했기 때문에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팀도 밴 헤켄과의 재계약에 긍정적이다.
밴 헤켄이 그의 말대로 내년에 더 뛰어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면 점차 발전하는 팀에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다. 올 시즌 보여줬던, 적어도 5이닝은 소화해주는 안정감에 2년차의 노련함을 더할 수 있다면 밴 헤켄의 내년은 지금보다 더 '소리없이 강한' 모습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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