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부활맨들, 야구판에 던진 메시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0.05 06: 36

김진우(29·KIA) 류택현(41·LG) 최영필(38·SK)의 공통점은? 투수라는 포지션 외에도 한 때 프로야구판을 떠났다가 올 시즌 부활의 날개를 폈다는 교집합이 있다. 현역 군복을 다시 입은 ‘예비군’들의 쏠쏠한 활약이 2012년 프로야구에 잔잔한 바람을 일으켰다.
현역 선수들은 노력만 하면 언제든지 출장 기회가 찾아온다. 하지만 프로야구와 잠시 멀어졌던 이들에게는 그 한 경기가 다시 돌아가고픈 동경의 대상이었다. 개인사로 인한 방황, 부상, 방출 등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절박함과 함께 프로야구에 돌아왔다는 점은 똑같다. 그리고 초심을 잃지 않으며 다시 일어섰다는 점도 흡사하다.
가장 화려한 부활 드라마를 쓴 선수는 단연 김진우다. 천부적인 신체조건을 타고 났다는 평가를 받았던 김진우는 고교 시절부터 ‘특급’이라는 칭호를 달고 살았다. 프로 입단 후에도 그 재능은 빛났다. 데뷔 첫 해인 2002년 12승을 기록하며 선배들을 놀라게 했고 2006년까지 5년 동안 46승을 따내며 KIA 마운드의 중심축으로 자리했다.

그러나 빛이 강했던 만큼 그림자도 짙었다. 개인사로 방황했고 불성실한 훈련 태도로 주위의 신뢰를 모두 잃었다. 그 결과 2007년을 마지막으로 프로야구에서 사라졌다. 복귀는 쉽지 않았다. 몇 차례 마음을 고쳐먹다 되돌아가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지난해 막판 고개를 숙이며 팀에 돌아왔고 예전의 기량을 찾기 위해 노력한 끝에 올 시즌 재기에 성공했다. 2006년 이후 처음으로 10승 고지를 밟았고 9월 이후에만 두 차례 완투승을 따내며 내년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1997년 프로에 데뷔해 마당쇠같은 활약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최영필은 지난해 소속팀을 잃었다. 2010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신청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 시장에서 자신의 값어치를 알아보려 했던 최영필이지만 전성기가 지난 베테랑 투수에게 손길을 내미는 팀은 단 하나도 없었다. 결국 ‘FA 미아’가 돼 은퇴 기로에 몰렸다.
은퇴는 일반적인 수순이자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영필은 공을 놓지 않았다. 아직 자신의 공이 통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현역 연장의 꿈을 불태웠다. 독립리그 등 해외 각지를 누빈 최영필은 결국 올해 SK의 부름을 받고 1년 만에 프로야구에 복귀했다. 시작은 보잘 것 없었지만 SK 불펜에서 점차 입지를 넓힌 최영필은 올 시즌 SK가 2위를 차지하는 데 보이지 않는 공을 세웠다. 포스트시즌 무대에 다시 설 것도 유력시된다.
류택현은 최영필과 같은 듯 다른 경우다. 류택현도 2010시즌 이후 LG에서 방출됐다. 가장 큰 이유가 부상이라는 점만 달랐다. 팀은 팔꿈치가 망가진 불혹의 투수를 기다려줄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류택현은 “이제야 공을 던질 줄 알게 됐다”라며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을 결정했다. 도박이었지만 류택현은 1년 이상 재활에 매달린 끝에 플레잉코치로 다시 LG 유니폼을 입었다.
큰 기대를 걸지 않았지만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다. LG의 좌완 불펜 요원으로 꾸준히 활약했다. 그 와중에 프로야구 기록을 다시 쓰기도 했다. 올 시즌 30경기 나서 3승1패3홀드 평균자책점 3.33을 기록한 류택현은 조웅천 현 SK 코치가 가지고 있던 투수 부문 최다 출장 기록(813경기)을 경신하며 이 부문 맨 윗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김기태 LG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경쟁을 통과한다는 가정 하에 내년에도 데리고 가겠다”고 신뢰를 과시하고 있다.
신재웅(31·LG)도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예비군이다. 촉망 받는 유망주였던 신재웅은 어깨 부상에 발목을 잡히며 2007시즌 후 두산에서 방출됐다. 2년간 공익근무를 거친 신재웅은 친정팀 LG에 입단 테스트를 거쳐 2011년 신고선수로 재입단했다. 성실한 훈련태도로 스프링캠프에서 김기태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고 올 시즌 12경기에 나가 5승2패 평균자책점 3.59로 무난한 전입신고를 마쳤다.
좀 더 넓게 보면 송창식(27·한화)도 예비군 부대에 포함시킬 만하다. 데뷔 시즌이었던 2004년 8승을 기록하며 기대를 모았던 송창식은 손가락 끝에 피가 흐르지 않는 일명 버거씨병(폐쇄성 혈전혈관염) 판정을 받고 2008년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야구판을 떠나지 않은 결과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모교 세광고에서 지난 2년 동안 지도자 생활을 한 송창식은 꾸준한 치료 끝에 상태가 호전돼 2010년 한화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복귀 후 뚜렷한 활약을 하지 못했으나 올 시즌 팀의 확실한 중간계투 요원으로 자리하며 제2의 전성기를 열어 젖혔다.
물론 이들이 리그 판도를 바꿔놓을 만한 태풍이었던 것은 아니다. 소속팀에서의 입지도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언제든 다시 밀려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부상이나 자기관리실패로 야구공을 놓는 선수들이 많아지는 요즘, 야구를 향한 이들의 열정은 그 무게가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야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야구선수에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한 번씩 시련을 경험한 예비군들이 몸소 증명하고 있다. 귀중한 메시지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