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지키지 못하는 약속 죄송하다. 선수들 모두 혹독한 겨울을 보내겠다.”
오로지 팀을 위해, 팀 성적만을 생각하며 뛰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불혹을 앞둔 나이에도 그라운드에 몸을 던졌다. 배트 스피드를 유지하기 위해 부상 중에도 배트를 손에서 놓지 않았고 한 베이스를 더 밟기 위해 공격적으로 주루플레이에 임했다. 하지만 반전은 없었고 최종 성적표는 7위였다. LG 주장 이병규(38)가 올 시즌 종착역을 앞두고 포스트시즌 실패에 대한 아쉬움과 2013시즌을 향한 다짐을 전했다.
지난 3일 2012시즌 LG의 마지막 홈경기 잠실 SK전. 2-2 팽팽한 접전 상황에서 주장 이병규의 투혼이 승부를 결정지었다. 7회말 이병규는 SK 선발투수 김광현을 상대로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날렸고 이병규는 거침없이 3루까지 질주했다. 이병규의 3루타에 힘입은 LG는 후속 타자 오지환의 결승 희생플라이로 3-2 승리, 3연패에서 탈출하며 마지막 홈경기에서 자존심을 지켰다.

“마지막 찬스라고 생각했다. 타구가 날아가자마자 무조건 3루까지 가야한다고 봤다”고 3루타 순간을 회상한 이병규는 이날 승리 후 홈팬들을 향해 앞장서서 큰 절을 했다. 포스트시즌 진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그럼에도 끝까지 성원해준 것에 대한 감사함의 마음을 팬들에게 전달했다.
어쩌면 애초에 포스트시즌 진출 약속은 LG 팀 전체에도, 그리고 이병규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지 모른다. 시즌 전 주요전력 5명이 팀을 떠나면서 팀 구성에 물음표만 가득했다. 그렇기 때문에 주장으로서 후배들을 강하게 꾸짖다가도 때로는 부드럽게 타일러야 했다. 주장 이병규와 선수 이병규 중 선수 이병규는 애초에 버린 채 힘든 싸움을 펼쳤다.
2월 일본 오키나와 연습경기 패배 후에는 “모두들 끈기, 투혼 같은 걸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LG 같다는 소리를 안 들을 것이다. 욕심 없고 나태한, 자신이 이미 1군 인줄 아는 선수들은 팀에서 나가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다가도 시즌 중 팀 타격이 집단 침체에 빠졌을 때에는 “우리 모두 너무 서로를 믿고 있는 것 같다. 믿지 말고 자신의 타석에 충실하자. 누군가 하나 쳐준다고 기대하면 실망만 커진다. 자기 밥 챙겨먹는다는 기분으로 알아서 안타쳐라”며 재치 있는 입담으로 팀 분위기를 살렸다.
그러나 이병규의 노력에도 LG는 시즌 중반부터 무너졌다. 좀처럼 연패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6월의 어느 날 이병규는 멍하게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내 타율이 오르니 팀 성적이 추락한다. 내 타율은 2할 초반이라도 되는 데 어떻게 팀 성적 좀 다시 올릴 수 없을까”라며 풀리지 않는 매듭에 대한 안타까움을 홀로 삼켰다. 이후 LG는 여름 급추락과 함께 상위권에서 급속히 멀어졌다.
어느덧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이병규는 “시즌 초반의 상승세를 끝까지 유지하지 못했다. 중간에 부상 선수들도 많았고, 이를 경험이 부족한 백업 선수들이 메우다 보니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나조차도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졌다. 결과적으로 올해도 우리는 절박함이 부족했던 것이다”며 부상과 선수들의 절박함이 부족했던 게 가장 아쉬운 점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도 이병규는 선수들이 끝까지 하고자 하는 마음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LG는 8월부터 이미 4위권에서 멀어졌지만 매 경기 승리를 바라봤다. 베테랑들은 여전히 팀을 이끌었고 신진세력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애썼다. “성적을 내지 못한 것은 팬들에게 미안한 일이고, 선수들도 많이 아쉬워하고 있다”고 다시 한 번 아쉬움을 전하면서도 “하지만 팀 분위기가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시즌 동안 팀에 잡음이 사라졌다는 것이 그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선수들의 생각이나 의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묵묵히 따라온 후배들을 칭찬했다.
결국 이병규는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한 책임을 자기 자신에게 돌렸다. “내가 야구를 못했기 때문에 팀 성적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시즌 초 부상 때문에 경기를 뛰지 못했었다”면서 팬들을 향해 “올 시즌도 부족한 저희들 뒤에서 항상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다”고 고개 숙였다.
마지막으로 이병규는 “항상 하는 얘기이고, 매번 지키지 못하는 약속이라 죄송하지만, 내년에는 만족할만한 성적으로 돌아오겠다. 선수단 모두 올 겨울에 혹독한 시간을 보낼 것이다. 내년에도 한 번 더 믿고 지금처럼만 LG를, 그리고 선수들을 사랑해주시길 바란다”고 한 번 더 팬들에게 약속의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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