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전설 중의 전설이다.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74)이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에 출연해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길 예정이다. 그간 송창식, 패티김, 이장희 등 이름만 들어도 전율케 하는 많은 전설들이 이 프로그램을 찾았지만, 신중현의 출연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남다르다.
신중현은 오는 8일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 자신의 명곡을 재해석해 무대에 오르는 후배가수 12명과 마주하며, 자신의 음악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는 지난 1955년 미8군 무대를 오가며 음악인생을 시작했고, 이후 지난 1963년 국내 최초의 록밴드 ADD4(애드훠)를 결성해 본격적인 음악활동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많은 후배가수들에게 재창조 되고 있는 '미인', '꽃잎', '봄비', '님은 먼 곳에', '아름다운 강산' 등 수많은 히트곡은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고, 신중현은 그 이름 자체만으로 한국 음악계의 대부이자 전설로 통한다.

지난 2006년 은퇴 공연 뒤로 두문불출하다 최근 미국 공연 등 굵직굵직한 무대에만 서왔던 신중현이 방송에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불후의 명곡’의 영광이자 전환점. 또한 그가 자신의 음악인생을 정리하는 시점에서 출연요청을 수락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그는 한국 뿐 아니라 세계가 인정한 뮤지션이자 대중음악계의 어른이다. 지난 2009년 미국의 기타전문회사 펜더가 세계에서 6번째, 아시아 뮤지션 중에서는 처음으로 신중현에게 기타를 헌정한 것은 한국 음악계의 큰 획을 그은 사건이었다. 펜더는 자사의 기타를 애용하며 전설적인 음악을 남긴 음악인을 선정, 마스터 빌더(Master Builder)가 만든 맞춤형 기타를 선물하고 있는데 그동안 에릭 클랩턴(67), 제프 벡(68), 스티비 레이 본(1954~1990), 잉베이 맘스틴(49), 에디 반 헤일런(57) 등이 펜더의 기타를 받았다.
특히 그는 후배가수들과 음악인들의 권리를 위해 최근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올 초 법원에 자신을 1968~1987년 작사·작곡·편곡한 대표작 28개 앨범(총 238곡)의 음반제작자로서 인정해달라는 소(訴)를 제기했고, 변호사 없이 '나 홀로 소송'을 벌여 지난 7월 1심에서 이겼다. 자신이 만든 곡으로 음반을 만들고 싶어도 권리가 제작자들에게 귀속돼 만들 수 없게 되자 비단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 ‘음악인의 보호’라는 대의명분을 가지고 소송을 낸 것. 이렇듯 그의 발자취와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전설로 추앙받기에 합당한 인물이 있을까.
‘불후의 명곡’의 연출을 맡은 고민구 PD는 5일 신중현의 출연에 대한 의미를 설명하면서 감격스러움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모두 쏟아냄과 동시에 전설의 품격에 맞는 전에 없는 무대를 만들 계획이란다.
고 PD는 “신중현 선생님이 건강상의 이유로 고사하셨다가 최근에 호전되시면서 미국 공연을 다녀오셨고 ‘불후의 명곡’도 출연해주시기로 했다”면서 “1년 반이란 시간 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불후의 명곡’ PD로서 꼭 한 번 집대성 해보고 싶은 기획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간 특집으로 꾸미는 전설들은 12명의 라인업중 반은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섭외했고, 왕중왕전을 할 때는 명곡의 비중을 줄였었다. 하지만 이번엔 전설도 가창자도 명실상부 최고의 조합으로 구상하고 편곡, 무대, 조명, 음향 등 그간 쌓아왔던 모든 노하우를 쏟아 내려한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그의 말처럼 이번 신중현이 출연하는 ‘불후의 명곡’은 특집이자 왕중왕전으로 꾸며진다. 그간 왕중왕전은 단 한 번도 한 전설의 명곡으로 치러진 적이 없었다. 말 그대로 신중현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라인업도 당연히 공을 들였다.
‘불후의 명곡’에서 처음부터 포텐을 터뜨리며 주목을 받은 씨스타 효린과 안방마님 알리, 다비치 강민경, 린, 에일리 등 다섯 명의 대표 여자가수가 출연하고, 포맨 신용재, 브라운아이드소울 성훈, 김태우, 박재범, 스윗소로우, 노브레인, 슈퍼주니어 려욱 등 실력이 출중한 남자가수들까지 총 12팀으로 라인업을 구축했다.
신중현의 노래를 신중현 앞에서 부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후배가수들에겐 잊지 못할 무대가 될 것임에 분명하고, 대중들에게는 신중현의 모습을 방송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 기회임과 동시에 그의 명곡들을 들으며 추억에 잠길 수 있는 큰 선물임에 틀림없다. 또한 전설 신중현에게도 충분히 아름다운 시간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이와 함께 ‘불후의 명곡’이 동시간대 방송되는 MBC '무한도전’과 SBS ‘스타킹’ 등 타 예능프로그램과의 경쟁 속에서 프로그램의 색깔을 명확히 하고 자신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의미를 되찾는 방송이 되지 않을까.
신중현의 ‘불후의 명곡’ 나들이가 기대되는 이유다.
한편, 신중현이 전설로 나서는 특집 왕중왕전은 10월 중순에 방송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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