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여고생이 연기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대학교도 포기한 채 오디션을 500번 넘게 봤다면 할 말 다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듯 ‘박주미 아역’으로 데뷔했고, 인생에 쓴 맛이나 내공을 논하기도 전에 그 용기 하나만으로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게 만든다.
KBS 1TV 대하사극 ‘대왕의 꿈’에 덕만 역으로 출연한 신예 선주아는 해맑은 미소와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며 지금 현재의 자신의 나아갈 길을 얘기했다. 과거는 과거고, 오디션 500번은 500번이란다. 연기를 할 수 있는 지금이 마냥 좋다고 했다.
최근 선덕여왕으로 즉위 직전의 카리스마 넘치고 지혜로운 모습의 덕만을 그려내며 8회를 끝으로 박주미와 바통터치를 한 신예 선주아를 합정동에서 만났다.

“연기하고 싶어서 오디션을 500번 넘게 본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막연하게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실천하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무작정 찾아가 오디션을 보기 시작했던 게 지금 생각해보면 많은 경험이 됐고 ‘대왕의 꿈’이 제 데뷔작이 된 것은 운명이죠.”
걸그룹 카라와 레인보우, 아이유 등 오디션에서 만났던 친구들은 지금 가수로 성공했고, 그도 자의든 타의든 가수로 데뷔했으면 쉽게 방송에 나올 수 있었지만, 그는 오로지 ‘연기’가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사실 노래를 잘 하지도 못하고 가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지도 못했어요. 제의는 많이 받았지만 흥미는 없었어요. 그런 일들을 통해서 진짜 ‘내가 원하는 건 연기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죠.(웃음)”

첫 데뷔작이 사극인데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출연하고, 게다가 박주미 아역이라는 것까지 엄청난 부담감을 느꼈을 것 같다고 묻자 선주아는 “처음엔 꿈도 못 꿨던 일”이라면서 “너무 감사하고 영광이었다. 좋은 배역에 저를 선택해 주신 감독님과 제작진께 누를 끼치지 말아야겠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해맑고 밝은 성격에 의욕 충만한 신인인 그에게도 고민은 생겼다. 정통 사극으로 데뷔를 하다 보니 촬영을 하면서 놓치는 부분이 많았고, 아쉬운 부분들이 너무 많아 속상했다고. 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하면서 앞으로의 얘기를 풀어냈다.
“‘대왕의 꿈’ 통틀어서 신인은 저 하나였어요. 아역들도 알고 보면 다 선배님들 이어서 배울 것 투성이었죠.(웃음) 방송을 보면서 너무 감격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아쉽고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였어요. 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해요. 제게 기회를 주신 건 다 이유가 있는 거라고. ‘대왕의 꿈’ 출연을 통해 얻은 경험을 밑거름 삼아 더 좋은 배우가 되는 것으로 갚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얘기를 듣다보니 선주아는 자신의 힘으로 기회를 잡았고, 한편으론 당돌해 보일 수 있는 오디션에서의 행동도 선주아이기에 가능했다. ‘대왕의 꿈’ 오디션에서 말 그대로 별짓 다했단다.
선주아는 “오디션이라 예쁘게 차려입고 13cm 킬힐을 신고 갔는데 ‘더 보여 줄 것 없냐’고 물으셔서 의지를 ‘발차기’로 보여드렸다”면서 “다리도 찢고 ‘노래도 할 수 있다’고 하면서 트로트부터 팝송까지 다 불렀다. 적극적이고 의욕적인 모습에 캐스팅 된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보통 오디션 현장은 제작진을 비롯해 다른 오디션을 보는 연기자들의 관계자들까지 10명에서 많게는 20명까지 참관한다. 창피할 법 하지만 그는 다해냈다.
“‘대왕의 꿈’ 하면서 ‘할 수 있을 거야’라고 용기를 불어넣어주신 분들이 많아요. 제가 뭐 내세울 건 없지만 앞으로 연기할 것들을 대비해서 노래 레슨도 받고, 기타에 춤 연습, 수영도 배우고 북에 태권도까지 배우고 배울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다 찾아서 꼼꼼하게 배워나가고 있어요. 앞으로 보여드릴게 많아요.”
얘기를 마치고 나니 선주아는 앞으로도 자주 만날 것 같은 느낌을 가지게 만드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주미와 김태희를 절묘하게 섞어놓은 완벽한 외모와 163cm의 키에 45kg 몸무게의 신체조건,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었다. ‘용기백배’의 의욕 충만함으로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묘한 능력’을 가진 신인이라는 점이 가장 큰 무기가 아닐까.
“이번 ‘대왕의 꿈’을 통해 연기자로 첫 단추를 끼우고 출발선상에 섰는데 기대에 못 미쳤다고 생각하신 분들이 있다면 이런 얘기를 드리고 싶어요. 앞으로 많이 보고, 배우고, 느끼겠습니다. 욕심이 과욕이 되지 않고, 노력한 만큼 보답하는 연기자가 될게요.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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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