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야구장 사람들] 준PO에서 만난 두산-롯데, '실투를 노려라'
OSEN 천일평 기자
발행 2012.10.06 06: 54

“잘못 던져 실투가 들어가는 바람에 얻어맞았습니다,”
7년 연속 10승을 노리던 ‘괴물’류현진(한화. 25)이 10월 4일 대전 홈경기에서 넥센의 강타자 강정호에게 7회초 솔로홈런 한방을 맞는 바람에 `1실점, 승리를 날리고 올해는 9승에 머물렀습니다.
롯데는 지난 2일 군산경기에서 3회까지 KIA의 에이스 윤석민에게 한점도 뽑지 못하다가 4회 2사후 3번 조성환이 윤석민으로부터 몸에 맞는 볼을 얻어낸 다음 4번 홍성흔이 좌중간 적시 2루타를 날리고 5번 강민호도 좌익수 옆으로 빠지는 적시 2루타를 잇따라 때려 순식간에 두점을 얻고 기선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5회초 1사후에도 8번 김문호가 윤석민으로부터 몸에 맞는 공을 얻어낸 다음 9번 문규현이 좌익수 옆 적시 2루타, 2번 박준서가 중전 적시타를 때려 단숨에 두점을 보태 4-0으로 달아났습니다. 결국 롯데는 10-2로 승리해 아슬아슬했던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한 반면 KIA는 ‘가을 야구’의 꿈이 사라졌습니다.
윤석민은 예리한 슬라이더와 좋은 제구력으로 롯데 타자를 꼼짝 못하게 하다가 몸에 맞는 볼을 내준 다음은 갑자기 때리기 좋은 코스로 잇따라 던지는 연속 실투를 하는 통에 패전을 불러왔고 자신도 올 시즌은 9승에 그쳤습니다.
이날 윤석민의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의 급격한 투구 변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윤석민이 2년전 롯데전에서 조성환을 얼굴에 큰 부상을 입히는 공을 던지고 홍성흔에게도 몸에 맞는 공을 던진 다음 오랫동안 정신적으로 고생했다. 그 후 롯데전에서는 위축되기 일쑤였고 이날도 바로 조성환의 몸에 맞히는 투구를 한 다음 심리적으로 흔들려 실투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으로 정신적인 충격 때문에 사고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되었을 때 불안해지는 것) 현상이다.”고 말합니다.
국내 최고의 좌우완으로 꼽히는 류현진이나 윤석민도 이처럼 실투를 하는 일이 잦습니다.
지난 9월 30일 잠실에서 맞선 두산-LG전에서 좋은 피칭을 보이는 니퍼트와 리즈가 선발 대결했습니다.
두산은 2회에 후반기들어 위력적인 투구를 하는 리즈로부터 이원석과 오재원이, 4회엔 윤석민과 최주환, 오재원, 양의지 등이 연달아 안타를 때려 넉점을 뽑았습니다. 리즈의 실투가 나오자 안타가 터진 것입니다.
비교적 마인드 컨트럴이 괜찮은 니퍼트도 LG 타자들이 5회들어 실투가 나오기 시작해 볼넷 3개에 박용택 등에게 안타 3개를 맞고 한꺼번에 4점을 내줘 동점이 됐습니다.
결국 이날 경기는 두산이 6-5로 승리했는데 양팀의 좋은 외국인 투수들도 실투가 다른 때보다 많아 실점이 비교적 많이 나온 것입니다.
아무리 잘 던지는 투수라도 한 경기에서 실투는 10~25% 가량 됩니다. 보통 투수들은 투구의 30~50%는 자신이 생각하고 던진 코스나 구질을 제대로 던지지 못합니다.
근래 기억에 남는 실투는 2009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에서 한국이 9회말 2사후 이범호가 일본의 다르빗슈 유로부터 동점 적시타를 때려 3-3, 연장전으로 끌고 간 것과 10회 2사 2, 3루에서 임창용이 이치로에게 치기 좋은 가운데 공을 던지다 2타점 적시타를 맞고 패한 순간의 투구였습니다.
10월 8일부터 열리는 롯데-두산의 준플레이오프전의 대체적인 예상은 투수력이 앞서는 베어스가 우세하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두산은 노경은-니퍼트-이용찬 등 10승 투수 3명을 보유하고 있고 특히 니퍼트와 노경은이 롯데전에 강했던 반면 반면 롯데는 10승 투수가 유먼 1명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롯데는 송승준(7승), 고원준(3승)이 최근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으며 불펜이 SK(26승, 1위)에 이어 25승(2위)에 올랐고 평균자책점은 최강 삼성 불펜에 이어 3.30으로 2위를 기록해 마운드의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양 팀 모두 시즌 막판에 주력선수들의 줄 부상으로 고전했기에, 일방적인 승부는 나오지 않고 투수력에서 실투 횟수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올해는 1차전 승리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확률이 큽니다.
양 팀은 최근 경기에서 한번 지면 연패에 빠지는 사례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제까지 21번의 준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을 승리한 경우 플레이오프에 진출 할 확률은 18차례로 85.7% 높았습니다. 최근 3년 내리 준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팀이 역전패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하는 징크스가 생겨, 그간의 확률을 무색케 했으나 양 팀의 최근 행보를 보면 1차전에서 기선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참고로 그동안 양 팀은 포스트시즌에서 자주 만난 편은 아니나 두산이 우세했습니다. 첫 번째는 1995년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어 OB(두산전신)가 4승3패로 승리했고, 두 번째는 2009년 준 플레이오프에서 역시 두산이 3승1패로 이기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습니다. 세 번째는 2010년 준 플레이오프에서 만나 두산이 3승2패로 승리해 포스트시즌에서는 롯데가 두산에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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