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개에 달하는 언론 인터뷰가 잡혔다. 연극 ‘거기’ 개막을 앞두고 눈코뜰새 없이 바빴지만, 이틀 동안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꼬박 인터뷰에 매달려야 했다. 어느새 배우 이성민(44)은 소위 말하는 뜬 배우에 이름을 올렸다.
이성민을 서울 종로구 소재 카페에서 만났을 때는 의사 옷만 안 입었을 뿐이지 종영한 MBC 의학드라마 ‘골든타임’ 속 인간미 넘치는 최인혁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최인혁처럼 자신을 포장하는 화려한 언변도 구사할 줄 몰랐고, 데뷔 20여년 만에 집중되는 대중의 관심에도 들뜨지 않았다.
“제가 잘해서 인기를 얻는 게 아니라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많은 언론 인터뷰를 하는 것은 상상도 못했죠. 물론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긴 하지만 달라진 게 없어요. 이렇게 주목을 받지 않았다고 해도 전 어디서든 연기를 하고 있었을 테니까요.”

이성민 본인은 담담했지만 ‘골든타임’은 10% 중반대의 시청률에 비해 높은 인기를 누렸다. 드라마는 현실감 있는 전개로 연일 호평을 받았고 이성민은 주연배우인 이선균, 황정음을 뛰어넘는 관심을 받았다.
물밀 듯이 밀려오는 사인 요청과 대중의 관심이 쑥스러워서 오히려 고개를 숙이고 다닌다는 이성민. 이런 이유로 그는 아내와 아이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팬 서비스를 하지 못한다고 타박을 받고 있다.
초반 낮은 시청률, 부담 됐다

사실 처음부터 이성민이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파스타’(2010), ‘브레인’(2011), ‘더킹 투하츠’(2012)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긴 했지만 이번 드라마처럼 주연을 맡은 적은 처음. 초반 낮은 시청률로 월화드라마 꼴찌를 달릴 때는 이성민 역시도 자신의 첫 주연작이 이대로 실패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부담감이 많았다.
그는 “조연을 할 때는 몰랐는데 주연을 하면서 책임져야 할 부분이 많았다”면서 “감독님이 나를 믿고 위험 부담에도 불구하고 캐스팅을 한 것 자체가 큰 결단이었을 텐데 시청률이 낮게 나와서 부담이 많이 됐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지난 7월 9일 첫 방송에서 8.9%(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 전국 기준)라는 예상보다 많이 낮은 시청률에 제작진과 배우들도 적지 않게 당황했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촬영에 집중했고 방송 4회 만인 지난 7월 23일 10%대를 넘는 동시에 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에 올라섰다.
시청률이 오르면서 첫 주연작의 압박감이 덜할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성민은 ‘골든타임’을 통해 재조명을 받고,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면서 방송 내내 부담감을 안고 있었다.
“정말 압박감이 많았어요. 대본이 늦게 나오는데 외워야 할 대사는 많고 정신적으로 힘들었죠. 주연은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었죠. ‘골든타임’을 하고나니 앞으로 그 어떤 드라마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관심 덜 받은 이선균에게 미안하냐고?

이성민이 연기한 최인혁이라는 캐릭터가 주목을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주연이었던 이선균과 황정음을 향한 스포트라이트가 줄어들었다. 더욱이 이성민과 이선균은 같은 소속사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절친한 형, 동생 사이.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같은 연예인으로서 미안한 감정이 들지 않았을까.
“시청자들이 인혁이라는 인물을 좋아해서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이선균 씨에게 미안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선균 씨가 주연을 많이 한 배우라 그런지 큰 그림을 보는 능력이 탁월해요.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았죠. 제가 연기를 하다가 선을 넘으면 옆에서 이선균 씨가 바로잡아줬어요. 고맙더라고요.”
드라마가 떴고 배우 이성민도 떴다. 그동안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누비며 감초 연기를 많이 했던 그이기에 혹자는 이제 조연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
“다들 제가 앞으로 작은 역할은 못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그럴 생각이 없어요. 한 동생이 ‘형 이제 코미디 안 할 거야?’라고 묻더라고요. 전 ‘미쳤어? 해야지’라고 답했어요. 전 코미디라고, 조연이라고 가릴 생각 없습니다. 비중과 상관없이 늘 하던 연기할 계획입니다. 그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3개월간의 바쁜 드라마 촬영을 끝낸 이성민은 쉴 틈이 없다. ‘골든타임’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송선미, 정석용과 함께 연극 ‘거기’에 합류하기 때문이다. ‘골든타임’ 전에 이미 ‘거기’ 출연을 확정한 그는 송선미, 정석용을 살살 꾀여 연극 동반 출연을 성사시켰다. 특히 정석용은 이성민이 연극 연습하는 곳에 따라갔다가 얼결에 출연을 확정했다고.
그는 “연극은 늘 먹는 김치 같다”면서 “1년에 한두번씩은 연극을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연극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래도 하고 나면 새살이 돋는 것처럼 도움이 된다”고 연극 무대에 오르는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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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