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웃을 뿐이었다. 어떠한 힌트도 없었다. 플레이오프 구상에 관한 이만수(54) SK 감독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SK는 6일 문학 롯데전으로 정규시즌을 마무리한다. 이제 16일부터 시작될 예정인 플레이오프를 조준하고 있다. 이미 선수단 관리는 그에 맞춰 돌아가고 있다. 몸이 좋지 않은 선수들에게는 휴식을 줬고 투수들은 차례로 등판시키며 구위를 점검 중이다. 6일에도 선발 윤희상에 이어 선발 요원인 마리오의 등판이 예정되어 있다. 반대로 무릎이 좋지 않은 김강민은 일찌감치 시즌을 마치며 몸 관리에 들어갔다.
이 감독은 “지난해에 비해 여유가 있다”라고 했다. 일정부터가 그렇다. 지난해 SK는 1경기를 남겨두고 순위가 결정됐다. 3위로 밀리는 바람에 곧바로 준플레이오프를 치렀다. 이 감독은 “정신이 없었다”라고 떠올렸다. 그러나 올해는 플레이오프 직행으로 귀중한 9일의 시간을 얻었다. 게다가 일찌감치 2위를 확정지어 시즌 막판 운영도 수월해졌다. 이 감독은 “보름 정도 숨 돌릴 여유가 생겼다”라고 만족해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플레이오프 운영 방안에 대해서는 철저히 말을 아끼고 있다. 휴식기 중 선수단 훈련 일정만 정해졌을 뿐 엔트리 운영 계획부터 대략적인 청사진까지 드러난 것이 하나도 없다. 이 감독은 “대략적인 것은 생각해 놨다”고 하면서도 “아직은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라며 발을 뺐다. 취재진의 계속된 질문에도 웃기만 할뿐이었다. 그저 “내 머릿속에만 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이 감독은 “작년에 했던 것을 복기하는 중”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지난해 운영에서 장단점을 가려내 실마리를 찾겠다는 뜻이다. “작년에 해봐서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기존 발언과도 궤를 같이 한다.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특별한 깜짝 카드가 나올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 감독이 확답을 미루는 것은 그만큼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준플레이오프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점도 이 감독이 신중을 거듭하는 하나의 원인이다. 이 감독은 “두산이 올라왔을 때의 엔트리, 그리고 롯데가 올라왔을 때의 엔트리는 나눠서 생각하고 있다. 대충은 되어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단기전이기 때문에 준플레이오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단기전에서는 생각 외의 선수가 튀어 나온다”라고 덧붙였다. 상대가 가져다줄 변수까지 철저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다.
오히려 이 감독은 가까운 곳에 신경을 쓰는 눈치다. SK는 시즌 막판 4연패에 빠졌다. 이미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은 확보했지만 달갑지 않은 성적표다.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이 감독은 이런 상황을 잔뜩 경계하고 있다. 9월 이후 애써 살려놓은 분위기가 다시 처지면 좋을 것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9일의 휴식기가 늘어질 위험성도 존재한다.
5일 문학 롯데전에서 무기력하게 패한 이후 이 감독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경기력에 실망한 모습이 역력했다. 이 감독은 “어떤 경기라도 승리의 중요성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선수단에 일침을 놓은 채 경기장을 떠났다. 최근 선수단을 향한 발언 중에서는 가장 수위가 높은 질책이었다. 포스트시즌이라는 거사를 앞둔 SK지만 이 감독의 생각과 시선은 여전히 현재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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