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전 목표 100타점을 하지 못한 것에 반성하겠다".
오릭스 버팔로스 4번타자 이대호(30)가 타점왕을 사실상 확정지었음에도 불구하고 반성을 했다. 이대호는 지난 5일 소프트뱅크 호크스와의 홈경기에서 4회 선제 결승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시즌 24호 홈런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시즌 88타점을 기록한 이대호는 이 부문 퍼시픽리그 2위 나카무라 다케야(세이부·79타점)와 격차를 9점차로 벌리며 사실상 1위 자리를 굳혔다.
그러나 이날 경기 후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대호는 "타점왕에 대해 솔직히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목표로 설정한 100타점을 이루지 못했다"며 "이에 대해 반성한다. 내년에는 더 단단히 준비해 만전의 상태로 시즌에 임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올해 일본 리그를 통틀어 100타점 넘긴 선수는 아베 신노스케(요미우리·103타점)가 유일하다는 점에서 이대호의 타점 본능은 충분히 대단하다.

잔여 2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이대호는 올해 142경기 전경기를 4번타자로 선발출장, 타율 2할8푼4리(10위) 147안타(6위) 24홈런(공동 2위) 88타점(1위) 54득점(공동 10위) 64볼넷(3위) 출루율 3할6푼8리(5위) 장타율 0.474(2위) 등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 부문에서 10위 안에 랭크돼 있다. 홈런-타점-장타율 3관왕이 기대됐으나 홈런은 나카무라(27개)에 3개차로 뒤져있고, 장타율은 윌리 모 페냐(소프트뱅크·0.491)에 이어 2위다.
이대호가 이대로 타점왕을 차지한다면 1950년 양대리그 체제가 된 일본프로야구 역사를 통틀어 6번째 꼴찌팀 타점왕이 된다. 일본프로야구 꼴찌팀 타점왕은 센트럴리그에서 3차례, 퍼시픽리그에서 2차례. 총 5차례밖에 나오지 않았다. 확률적으로 4.0%. 테이블세터들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거둬들인 타점들이라 이대호의 해결사 본능이 더욱 돋보이는 대목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지난 30년간 꼴찌팀 타점왕은 한 번도 없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함 팀에서 타점왕은 5번 있었고, 전후기제가 없어진 1989년 이후에는 1994년 양준혁(삼성·87타점), 2005년 래리 서튼(현대·102타점), 2006년 이대호(롯데·88타점) 등 3명밖에 없다. 1994년 삼성은 5위였으며 2005년 현대와 2006년 롯데는 7위였다. 그 중에서 가장 승률이 낮은 팀이 바로 2006년 승률 4할7리의 롯데.
한국 프로야구 역대 타점왕 중 당해 연도 팀 승률이 가장 나빴던 기록을 지닌 이대호는 일본에서도 데뷔 첫 해부터 역경에 굴하지 않고 꼴찌팀 타점왕을 눈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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