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선수의 활약보다 시련을 딛고 재기한 선수들의 성공 스토리는 한 편의 드라마처럼 감동적이다. 야구를 '인생의 축소판'이라 표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올 시즌 프로야구계의 부활맨과 깜짝 스타를 살펴보자. 부활 투수 가운데 배영수(삼성)와 김진우(KIA)의 활약이 가장 두드러진다.
2005, 2006년 삼성의 2년 연속 우승을 이끌었던 배영수는 2007년 팔꿈치 수술 이후 하향 곡선을 그렸으나 각고의 노력 끝에 7년 만에 10승 고지를 밟았다. 삼성 선발진의 한 축을 맡으며 다승 부문 5위(12승)에 오르는 등 '영원한 에이스'의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오치아이 에이지 삼성 투수 코치는 "차우찬의 부진이 아쉽지만 배영수의 활약이 컸다"고 박수를 보냈다.
진흥고 출신 김진우는 데뷔 첫해 두 자릿수 승리(12승)를 기록하는 등 5년간 46승을 따내며 KIA 마운드의 중심축으로 자리했다. 그러나 빛이 강했던 만큼 그림자도 짙었다. 개인사로 방황했고 불성실한 훈련 태도로 주위의 신뢰를 모두 잃었다. 2007년 그라운드를 떠난 뒤 지난해 호랑이 유니폼을 다시 입은 그는 6년 만에 10승 고지를 밟았고 9월 이후에만 두 차례 완투승을 따냈다.

부활 타자 부문에서는 SK 강타자 이호준의 부활이 단연 돋보였다. 한때 먹튀 논쟁에 휘말리기도 했지만은 올 시즌 127경기에 출장, 타율 3할(426타수 128안타) 18홈런 78타점 55득점으로 호쾌한 타격을 선보였다. 수치상 성적 뿐만 아니라 팀내 고참으로서 선수단을 잘 이끌었다. 올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재취득하는 이호준은 따뜻한 겨울을 보내게 될 가능성이 높다.
메이저리그 출신 박찬호(한화)와 김병현(넥센), 그리고 일본 무대에서 뛰었던 이승엽(삼성)과 김태균(한화) 등 해외파 4인방이 한꺼번에 복귀하면서 올 시즌 프로야구계는 별들의 잔치가 될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깜짝 스타의 탄생은 야구 열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박병호, 서건창(이상 넥센), 박희수(SK), 노경은(두산)이 그 주인공.
LG 시절 만년 기대주에 머물렀던 박병호는 지난해 넥센으로 이적한 뒤 성공을 위한 전환점을 마련했다. 올 시즌 넥센의 4번 타자로 활약하면서 홈런(31), 타점(105), 장타율(.561) 등 3개 부문 타이틀을 획득했고 데뷔 첫 20홈런-20도루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만년 기대주' 대신 '신흥 거포'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게 됐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MVP로도 손색이 없다.

넥센 내야수 서건창은 방출의 아픔을 겪고 넥센의 입단 테스트를 거쳐 성공 신화를 쓴 대표적인 사례. 야구에 대한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라운드 위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시즌 타율은 2할6푼6리에 불과했지만 115안타 1홈런 40타점 70득점 39도루로 8개 구단 선수 가운데 연봉 대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한 신인왕은 서건창의 몫.
법없이도 살 것 같은 선한 외모가 매력적인 박희수는 마운드에만 오르면 냉정한 승부사로 돌변했다. 지난해 4승 2패 1세이브 8홀드(평균자책점 1.88)로 가능성을 엿보인 박희수는 올 시즌 홀드 신기록(34개)을 수립하는 등 SK 계투진의 중심 역할을 100% 소화했다. 박희수는 올 시즌 최고의 성적을 기록하며 '마음씨 착한 선수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고정 관념을 확실히 깼다.
한때 방출 위기에 처하기도 했던 노경은 또한 대표적인 깜짝 스타. 2003년 두산의 1차 지명을 받고 프로에 데뷔한 그는 기대보다 실망이 더욱 컸다. 우완 기대주 노경은의 존재가 서서히 잊혀지는 듯 했지만 올 시즌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12승 6패 7홀드(평균자책점 2.53)를 마크했다. 두산 측은 '노경은이 없었다면 어쩔 뻔 했냐'고 대기만성 스타의 탄생에 박수를 보냈다.
what@osen.co.kr
배영수-박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