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가 현실이 되었다. 총 관중 715만6157명의 대기록. 프로야구 31시즌 사상 최다 관중 동원 기록이다. 그러나 이만큼 대기록을 세웠다는 점만 내세워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도 준 2012시즌 팔도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12시즌 페넌트레이스 최종일인 6일 총 532경기의 누적관중수가 715만4157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역대 최다 관중 동원 기록으로 경기 당 평균 약 1만3448명의 관중들이 야구장을 찾았다. 구도 부산을 연고로 한 롯데 자이언츠의 올 시즌 관중 동원 수는 총 66경기 136만8995명(1위)이며 평균 관중 수도 2만742명에 달했다.
불과 8년 전인 2004시즌 총 관중 동원 수가 233만1978명에 불과했음을 감안하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비록 런던 올림픽이 열린 시기와 맞춰 후반기 관중 동원 페이스가 떨어지기는 했으나 역대 최다 관중 동원 기록을 달성한 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한화), ‘핵잠수함’ 김병현(넥센) 등 해외파 거물들의 국내 무대 입성 호재까지 얽히며 수많은 팬들이 야구장을 찾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쾌거 이후 관중 동원 그래프가 상승세를 그린 가운데 여성 팬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 또한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경기력 만으로의 어필이 아니라 건강함을 내뿜는 선수들의 활약도가 여성 팬들의 발걸음을 야구장으로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다음 시즌부터 1군 무대로 나서며 열광적인 팬들의 응원을 받게 된 신생팀 NC의 김경문 감독은 여성 팬들이 늘어나는 데 대해 “모든 팬들이 감사한 존재다. 특히 여성 팬들은 훗날 결혼 후 가정을 꾸려 자녀들과 함께 야구장을 찾을 수 있는 대단한 잠재력을 지닌 팬들이다. 그만큼 우리 야구인들이 더욱 노력해 팬들이 만족할 수 있는 경기력으로 보답해야 한다”라며 팬들의 중요성을 누차 강조했다. 700만 관중 시대는 야구인들에게 당연한 호재다.
그러나 현실이 된 700만 관중 시대는 앞으로도 이 추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또 하나의 과제를 던져주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선수들과 관중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환경의 구축이다. 낙후된 구장인 대구, 광주 구장의 신축 계획이 정해졌고 실제로 광주 새 야구장은 2013년 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일단 이 점은 앞으로의 관중 동원력에 있어 확실한 희망요소다. 고척동 돔구장 건설도 현재 진행 중이며 올 시즌 삼성이 홈 구장으로 경기를 치른 포항의 새로운 야구장은 야구계와 팬들의 호평을 받았다.
단 야구장의 제대로 된 신축과 리모델링이 확실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은 앞으로도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올 시즌 초반 한화의 홈 구장인 대전구장의 리모델링 작업으로 인해 한화는 4월 한 달 간을 청주구장에서 치르는 수고로움을 치러야 했다. 그라운드 상태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고 청주의 야구 열기에 비해 구장이 협소하기는 했으나 청주구장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노력 속에 경기는 보조구장에서 치러진 것을 감안했을 때 그나마 순조롭게 치러진 편이었다.
5월 대전구장에서 경기가 재개된 뒤 시일이 지난 한여름 원정 경기를 온 두산의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는 외야가 아닌 1루와 3루 측 2층 관중석을 주시하며 “저 관중석은 총 몇 명의 관중이 입장할 수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총 2500여 명의 관중이 입장할 수 있다고 답하자 니퍼트는 “양쪽 각각 세 개의 블록 가운데 왜 한 블록 씩에만 지붕이 설치되어 있는가”라고 두 번째 질문을 던졌다.
니퍼트의 말을 듣고 위를 살피니 실제로 리모델링을 마친 대전구장의 2층 관중석 중 일부에만 지붕이 있었다. 누가 봐도 리모델링이 완벽하게 되었다는 인상은 주지 못한 2층 관중석의 모습은 다소 씁쓸했다. 리모델링을 최대한 완벽하게 해내지 못해 전시행정의 인상을 준다면 결국 언젠가 이 피해는 지역 주민들인 팬들이 고스란히 안게 된다. 단순히 구장을 새로 짓고 기존 구장을 증축하는 것을 넘어 팬들이 최대한 야구를 즐겁게 향유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 측의 제대로 된 환경 조성과 유지 필요성이 더욱 중요시된다.
또한 경기력의 발전과 선수들, 팬의 매너 함양이 없다면 관중 증가 추세도 어느새 급격한 감소로 돌아설 수 있다. 올 시즌 일각에서는 ‘경기력의 하향 평준화’라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렸던 것이 사실이고 어느 순간 후반기 들어 관중석에 빈 곳이 점차 많아지는 현상도 볼 수 있었다. 때로는 경기 도중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이 나오기도 해 빈축을 산 바 있다.
현장의 야구인들에게만 책임을 지울 수 없다. 얼마 전에는 원정 사직 롯데전 승리 직후 이만수 SK 감독의 얼굴에 어떤 팬이 쏜 레이저 포인터 자국이 선명하게 새겨지기도 했다. 2008년 롯데-삼성의 준플레이오프 때는 사직구장에서 삼성 투수 정현욱이 이로 인해 경기에 지장을 겪었고 SK 박정권, 올 시즌 초 은퇴한 이종범(전 KIA) 등은 외야수비 도중 팬이 던진 물병이나 맥주캔에 위협을 당하기도 했다. 소수 팬의 그릇된 행동에 대다수 선량한 팬이 비난을 도매금으로 받을 수 있는 데다 종국에는 야구 산업의 질적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
양적 성장에만 안주하고 질적 성장을 소홀히 한다면 어떤 산업이든 쇠퇴기를 겪게 마련이다. 700만 관중 기록이라는 금자탑에 자긍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프로야구를 만들고 가꾸는 앞으로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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