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경력 15년차지만 ‘발연기’ 오명을 뒤집어 쓴 채 인성도 챙기지 못한 무개념 톱스타의 성장기는 어떠한 재미와 감동을 안방극장에 선사할까?
6일 첫 방송된 SBS 새 주말드라마 ‘내 사랑 나비부인’(이하 나비부인, 극본 문은아, 연출 이창민)은 톱탤런트 남나비(염정아)의 편치 않은 연예계 생활 종지부를 그리며 포문을 열었다.

나비는 빼어난 미모로 데뷔시절부터 주목 받으며 화려하게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지만, 늘지 않는 연기력에 작품 활동 보다는 CF 모델로 이름이 더 높은 인물. 어딜 가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생활에 익숙하고 중독 수준의 쇼핑광에다 오만함이 뼛속까지 침투한 한 마디로 대책 없는 인사다.
결국 이 같은 나비의 행동은 한계치에 도달, 음주뺑소니 사고를 치는 것으로 자의반 타의반 연예계에서 퇴출당하며 일단락되고, 운 좋게 외국 명문대학 출신의 부동산 투자업자와 결혼에 골인하는 것으로 더 좋은 도약을 하는가 싶었지만 이마저도 순탄치 않았다. 남편의 사업에 불운이 드리워지며 나비에게도 풍파가 들이닥칠 기미를 보였기 때문.
그러나 이 남편과의 결혼이 나비의 인생에 새로운 도약점이 될 여지는 남아있었다. 남편 로이킴(김성수)의 과거사가 첫 방송에서 무개념 남나비 캐릭터를 소개하는 것만큼이나 큰 비중으로 또 다른 스토리를 형성했기 때문. 로이킴은 청소년 시절 집안의 재산을 들고 자취를 감추며 가족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 인물. 재혼 가정에서 자라던 그는 아버지 식구들과 융합하지 못해 이 같은 행동을 감행했고, 이는 나비가 시댁에 우격다짐으로 들어오게 될 향후 스토리의 배경을 형성하며 그녀의 ‘시월드’ 고난사를 예고했다.
무개념 톱스타로 분한 염정아의 연기변신은 이날 첫 방송에서 단연 눈에 띈 대목. 염정아는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무식하고 무심하며 자아도취에 빠진 톱스타 남나비를 제 옷처럼 걸쳐 입고 드라마의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끌었다. 여기에 로이킴의 가정사가 드러난 묵직한 대목에선 김영애·장용·김정현 등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의 안정적인 호흡이 뒷받침되며 영 가볍지만은 않을 극의 분위기를 예고했다.
평생 철이라고는 들지 않을 것 같은 ‘키덜트’ 나비의 성장기는 아픔을 간직한 ‘시월드’와 만나 서로에게 풍족한 거름이 되어줄 수 있을까, 첫 방송을 마친 ‘나비부인’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한편, 이날 ‘나비부인’은 시청률 9.4%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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