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근 수석코치의 와이프에게 어찌나 미안하던지…”
이만수 SK 감독이 하나의 에피소드를 공개하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사연은 이랬다. 이 감독은 시즌 중 이광근 수석코치 부부와 식사를 같이 했다. 그런데 이 감독의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시즌 중 이 수석코치에게 저지른 악행(?) 아닌 악행 때문이었다. 이 감독은 “한 시즌 동안 이 수석이 고생했다. 내가 구박한 적도 많았다. 그런데 와이프가 있으니 눈치가 보이더라. 그래서 ‘신랑을 많이 혼내서 참 미안하다’라고 사과했다”고 웃었다.
이 감독은 지난해 막판 감독대행을 거쳐 올 시즌부터 정식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자연스레 코치진도 대폭 물갈이됐다. 내부에서 발탁한 코치도 있었지만 외부에서 데려온 코치들도 상당수였다. 새로 팀에 들어온 선수들 못지않게 코치들도 적응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그 와중 속에서도 코칭스태프들이 선수들을 잘 다독이며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이 감독은 “코치들이 정말 잘해줬다”라며 연신 “미안하고 고맙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특히 이광근 수석코치에게 고맙다고 했다. 수석코치는 감독과 선수단 사이에서 가교의 몫을 해야 한다. 중간에 끼여 남몰래 속병을 삼키는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수석코치는 원만한 성격을 바탕으로 그 몫을 잘 해냈다는 게 이 감독의 평가다. 이 감독은 “나는 성격이 급하고 직설적인 편이다. 돌려서 이야기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그 때문에 이를 풀어서 이야기해야 하는 수석코치가 힘들었을 것이다”면서 “며느리·사위를 볼 나이인데 나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고 떠올렸다.
다른 코치들도 일일이 이름을 거론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성준 투수코치는 “없는 자원을 가지고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제갈공명이다”라고 칭찬했고 정경배 수비코치는 “비중이 컸는데 기사가 하나도 안 나오더라. 원래 우리 수비가 좋긴 했지만 정 코치의 힘이 없었다면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정말 잘해줬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 감독은 “한혁수 작전코치는 젊어서 그런지 상대 작전을 빨리 잘 잡아내더라. 요즘 말로 스마트했고 실수 없이 잘 해줬다. 조웅천 코치도 불펜에서 말없이 선수들을 준비시키느라 고생했다. 상심에 빠진 선수들과도 많은 대화를 하며 기를 살렸다”라고 높은 점수를 줬다.
이 감독은 “나도 미국에서 코치 생활을 오래 했다. 다 외지였다. 하지만 낯선 환경이라도 코치들이 자기 파트만 열심히 하면 하나로 뭉쳐서 갈 수 있더라”고 말한 뒤 취재진에 “만날 나가는 감독 이야기 말고 코치들 이야기도 좀 많이 써달라”라고 신신당부했다. 코칭스태프를 칭찬하는 이 감독의 얼굴에 오래간만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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