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가 모두 끝났다.
올해 프로야구는 역대 최다 715만6157명의 역대 최다 관중을 동원하며 최고의 흥행기를 맞았다. 그러나 인기와는 별개로 내적인 경기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었다. 전형적인 투고타저 시즌으로 최저 홈런과 최다 희생번트 등 인기 저해 요소가 곳곳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기록적인 특징이 보여주는 2012년 프로야구의 현상들은 어떠할까.
▲ 투고타저 현상

올해 리그 평균자책점은 5년 만에 3점대(3.82)로 낮아졌고, 리그 타율은 6년 만에 2할5푼대(0.258)로 떨어졌다. 최근 15년을 통틀어 2006년(3.58-0.255) 다음으로 가장 두드러진 투고타저 현상을 보인 것이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신화를 썼지만, 정작 그해 프로야구 총 관중은 304만254명으로 흥행에 실패했다. 기본적으로 팬들은 화끈하고 호쾌한 공격야구를 원한다는점에서 올해 관중폭발은 기현상이라 할만하다.
에이스들의 투수전도 그만의 묘미가 있지만 그렇다고 과거처럼 완투형 투수들이 많은 것도 아니다. 33차례 완투는 최근 9년을 통틀어 가장 많은 기록이지만, 16.1경기당 한 번꼴로 볼 수 있는 여전히 보기 드문 기록이다. 1980년대(1.9경기당)~1990년대(3.7경기당)와 비교하면 많이 떨어진다. 투고타저 현상이지만 강력한 투수들이 많지 않다. 시즌 막판 서재응·김진우·노경은이 인상적인 투구를 펼쳤지만, 시즌 전체로 보면 브랜든 나이트와 쉐인 유먼 그리고 류현진 정도였다.
▲ 19년만의 최저 홈런
야구의 꽃은 홈런이다. 프로야구 암흑기였던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도 이승엽이 홈런 신기록에 도전한 1999년과 2003년에는 일시적이나마 관중 증가 현상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는 532경기에서 총 615개의 홈런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는 504경기 체제로 치러진 1993년(552개) 이후 19년만의 최저 홈런 기록이다. 홈런이 줄어든 만큼 장타율도 줄었다. 올해 리그 평균 장타율(0.364)도 1993년(0.348) 이후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타자가 한 명도 기용되지 않았다. 외국인타자들의 설자리가 없어진 가운데 박병호·최정·강정호·박석민 등 20대 중반의 타자들이 홈런 1~4위에 올랐다. 그러나 30홈런 타자는 이 부문 1위 박병호가 유일했다. 박병호를 제외하면 확실하게 거포 본능을 드러내고 있는 젊은 타자가 없다. 최형우와 최진행 등 30홈런 경험 있는 타자들이 뒷걸음질 쳤고, 이승엽과 김태균은 타율은 높았으나 장타력이 예전만 못했다.
▲ 역대 최다 희생번트
올해 프로야구에서 가장 자주볼 수 있는 건 홈런보다 희생번트였다. 저득점 시대가 되면서 스코어링 포지션에 주자를 갖다놓는 희생번트로 득점 확률 최대한 높이는 야구가 대세를 이뤘다. 올해 8개 구단 총 희생번트는 822개. 프로야구 출범 31년째를 맞아 최다 기록이다. 경기당 평균 희생번트는 1.55개로 역대 4번째. 하지만 KIA(132개)-SK(118개)-롯데(107개)-두산(102개)-한화(100개) 등 무려 5개팀에서 세 자릿수 희생번트를 기록한 것은 출범 후 처음있는 일이다.
감독들의 번트 지시가 많아졌다는건 그만큼 타자들의 기본적인 타격·능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타격왕 김태균(0.363)을 제외하면 3할2푼대는 커녕 3할1푼5리 이상의 타자도 없다. 3할대 타자 13명은 2006년(5명) 이후 가장 적고, 3할1푼대 타자는 5명으로 2006년(3명) 다음으로 적다. 3할2푼대 타자 1명은 1986년 이후 두 번째. 멀리 칠 수 있는 거포 뿐만 아니라 잘 치는 타자들이 많이 줄어든 것도 인기의 저해 요소로 지적된다. 물론 과연 타자들에게 얼마나 타격할 기회를 줬느냐의 문제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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