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 휴고 드로겟(30, 칠레)이 소속팀 전북 현대의 진심어린 배려에 감동했다.
K리그서 뛰는 선수들은 프로 계약을 맺는다. 즉 계약과 돈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존재다. 물론 국내 선수들은 조금 다른 면이 있다. 동양 특유의 정(情)에 움직이며 소속팀 혹은 동료들과 유대, 그리고 친밀감을 우선시 해 행동할 때도 있다.
하지만 많은 외국인 선수들은 다르다. 외국인 선수들은 용병이라 불리며 돈에 움직이는 존재로 취급을 받는다. 그만큼 팀 플레이보다 자신의 기록을 중요시하고, 보다 나은 계약을 위해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선수들은 팀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하고, 마이너스 요인이 되기도 한다. 뛰어난 개인 기량이 어느 정도 팀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축구가 단체 종목인 만큼 팀 플레이를 우선시 하지 않는 경우 외국인 선수의 평가는 일정 이상 오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많은 팀들이 외국인 선수들을 팀에 녹아들 수 있도록 하는 방안 찾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임에도 전북은 소속 외국인 선수 드로겟의 마음을 사로 잡으며 팀을 우선시 하게 만들었다.
드로겟은 이번 시즌 전북에 합류한 칠레 국가대표팀 출신의 뛰어난 미드필더다. 시즌 초반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4월 중순부터 폭발적인 움직임과 기량을 바탕으로 8골 7도움을 기록하며 공격포인트 랭킹 9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근 드로겟의 모습은 그의 명성에 미치지 못했다. 7월 초 A매치 휴식기 이후 급격하게 경기력이 떨어진 것. 전북은 드로겟을 부진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유는 분명했다.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기 때문이다.
전북의 한 관계자는 "드로겟의 아버지가 폐암으로 투병 중이었다. 칠레로 돌아가 아버지를 지켜보고 싶었지만 팀과 계약으로 인해 말도 못하고 끙끙 거리고 있었다"며 "하지만 구단에서 소식을 접하자마자 칠레에 다녀올 수 있도록 휴가를 주었다"고 말했다.
전북의 배려에 처음 드로겟은 고개를 저었다고 한다. 프로 계약이 맺어져 있는 만큼 고향에 다녀오면 불이익이 주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하지만 전북은 기어코 드로겟을 칠레로 보냈다. 이철근 전북 단장과 이흥실 감독대행이 직접 나서서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보장하며 드로겟에게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4일까지 8일간의 휴가를 주었다.
전북의 진심을 알게 된 드로겟은 마음을 놓고 칠레에 다녀왔다. 아버지의 병환을 직접 살피며 부자의 정을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이 프로라는 점은 잊지 않았다. 자신에 대해 진심어린 배려를 한 전북을 위해 언제라도 경기에 투입될 수 있는 몸상태를 만들기로 결심한 것. 드로겟은 13시간의 시차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와 같은 시각에 취침과 기상을 하며 컨디션을 계속 유지했다.
그만큼 자신감이 넘쳤다. 귀국한지 3일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지난 7일 포항 스틸러스와 K리그 35라운드 홈경기 출전을 지원했다. 이 대행이 좀 더 휴식을 취하라고 권유했지만 드로겟은 자신의 출전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결국 후반 20분 포항전에 투입됐다.
드로겟의 투입도 이미 넘어간 경기의 흐름을 돌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드로겟은 실망하지 않았다. 몸상태를 꾸준히 유지한 만큼 좋은 모습을 보일 기회도 충분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 드로겟은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시기를 전북의 배려로 조금이나마 극복할 수 있었던 만큼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려 애를 쓸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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