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최초 600G 출장' 김병지, 전설의 '현재진행형'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2.10.08 07: 01

서울전이 열린 지난 7일, 김병지(42, 경남)의 축구화에는 특별한 문구가 새겨졌다. "내 뒤에 공은 없다". 그리고 숫자 "600". K리그 최초 통산 600경기 출장의 대기록을 세운 김병지의 의지가 묻어나는 모습이었다.
김병지의 이름은 K리그 역사에 있어 '전설'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한국 축구사에 길이 남을 각종 기록을 연달아 세우며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김병지가 또 한 번, 새로운 전설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김병지는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35라운드 서울과 경기서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경남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하고 있는 그인 만큼 선발 명단에 이름이 오른 것은 이상할 것이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특별했다. 김병지는 이날 선발로 출전하면서 K리그 통산 최초 600경기 출장의 대기록을 세웠다. 1992년 데뷔한 이후 21년 동안 단 한 시즌도 빠지지 않고 K리그를 지켜왔던 그의 근면과 노력, 성실함으로 일궈낸 대기록이었다.
올해까지 21시즌을 소화하고 있는 김병지는 지난 20년 동안 한 시즌 무교체 출전선수에게 주어지는 특별상을 7차례 수상했으며, K리그 베스트 11 골키퍼 부문에 4회 선정됐다. 소속팀에서는 K리그 우승 1회, 준우승 3회를 경험했고, 리그컵 우승 2회, FA컵 준우승 3회를 기록했다.
기록의 사나이, 전설이라 불리는 남자답게 김병지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기록을 써내려왔다. K리그 최초 200경기 무실점, K리그 최초 골키퍼 득점, K리그 통산 154경기 무교체 출장 기록 등 입이 아플 정도다.
이처럼 K리그의 역사에 매번 새로운 획을 더해온 김병지의 가장 놀랍고 위대한 점은 이 모든 기록들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에 있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술을 21년간 마시지 않고, 담배를 21년간 피우지 않고, 몸무게를 21년간 1kg 이상 변화없이 관리했더니 21년간 K리그에서 살아남았다"고 밝힌 그의 철저한 자기관리가 없었다면 불가능할 일이었다.
최진한 경남 감독 역시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600경기를 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앞으로도 깨지기 힘든 기록일 것"이라며 "워낙 자기관리를 잘하는 선수다. 내년까지는 충분히 뛸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든든한 마음을 내비쳤다.
김병지 역시 "지금 컨디션으로는 4~5년 더 가능할 것 같다. 컨디션 상으로는 그렇긴 하지만 모든 것이 잘 맞아야 한다. 앞으로 목표는 2년 정도 더 뛰어서 700경기를 꼭 채우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700경기를 뛰는 그 날이 아마 은퇴하는 날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웃은 김병지는 자신이 목표로 삼은 700경기 출장이 얼마나 무겁고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다. "지나온 21년보다 앞으로 맞이할 100경기가 더 힘든 여정이 될 것이다. 2년 동안 100경기 출장을 목표로 앞만 보고 달리겠다"는 각오는 그만큼 진하고 또 무겁다.
흔들림 없는 소나무처럼 변함없이 K리그의 골문을 지켜온 김병지는 이미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K리그 골키퍼의 지표로 자리매김했다. '전설의 현재진행형' 김병지가 경신해온 기록들은 그가 21년간 K리그에서 살아남은 발자취이자 K리그와 함께한 역사 그 자체다. 그래서 기록 그 이면에 담긴 그의 노력과 땀방울에 더욱, 뜨겁고 값진 감동이 있다.
costball@osen.co.kr
서울월드컵경기장=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