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호의 외국인 이야기]리즈, “내년에는 더 나은 성적 약속한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10.08 07: 20

원석이 마침내 다이아몬드가 됐다.
160km 파이어볼러 레다메스 리즈(29)가 후반기 특급 에이스로 진화하면서 2012시즌을 마쳤다. 시즌 초 마무리투수를 하면서 제구난에 시달리다 3주 만에 선발투수로 돌아온 리즈는 전반기 평균자책점 4.83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었다. 5월 선발로 마운드에 오르면서 안정세를 찾았다가 7월 선발승에 대한 부담으로 다시 컨트롤이 흔들리며 무너졌다.
하지만 후반기에 리즈는 리그 최고의 투수로 거듭났다. 두 차례 162km 직구를 던져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최고 구속을 기록했고 8회에도 직구 구속 160km를 찍는 괴력을 보였다. 8월부터 시즌 마지막까지 치른 11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82를 올린 리즈는 마침내 자신이 꿈꾸던  투구 밸런스를 잡으면서 자신감을 찾았다.

“전반기와 후반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신감이다. 전반기 마무리투수를 할 때는 팀 승리를 지켜야한다는 부담을 이겨내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지난겨울 준비했던 여러 가지가 수포로 돌아가는 줄 알았다. 그러나 투수코치의 지도로 내가 바라던 이상적인 투구에 가까워졌고 자신감도 되찾았다.”
LG 차명석 투수코치는 리즈에게 많은 것을 주문하기 보다는 작은 부분에서 변화를 요구했다. 차 코치는 리즈가 투구시 오른쪽 무릎의 각도를 줄여 전반적인 하체의 움직임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게 했다.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투구폼이 있기 마련이다. 체형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투수에게 정석적인 투구폼을 요구할 수는 없다”는 차 코치는 “리즈의 투구폼이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게 리즈에게 가장 맞는 투구폼이라 생각한다. 크게 변화를 준다면 역효과만 날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10년이 넘게 앓아온 문제의 해답을 찾은 리즈는 차 코치의 지도력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16살에 정식으로 야구를 시작했고 미국으로 건너가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 여러 팀을 전전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만나는 코치마다 내가 빠른 공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것저것을 고치려했다. 어떤 코치는 투구 시 내가 고개를 너무 높게 든다고 했고, 또 다른 코치는 내 팔스윙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누군가는 점프 동작이 너무 커서 제구력이 흔들린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2년 전 LG에 오면서 여러 가지 의문에 대한 답을 얻었다. 투구뿐이 아닌 수비와 주자견제도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이곳 투수코치의 지도로 지난 시즌 미국에 있었을 때보다 발전했고, 올 시즌에는 지난 시즌보다 더 나아졌다.”  
이제 리즈는 160km에 달하는 직구를 안전적인 커맨드로 던지며 슬라이더와 커브로 스트라이크 카운트를 잡는다. 스플리터 그립의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유도하는 데에도 능하며 타자와의 싸움에서 템포를 조절하는 능력까지 갖췄다. 
“예전에는 그저 강한 공만 던지면서 타자를 압도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2년을 뛰면서 투구가 무엇인지 알게 됐다. 초구부터 스트라이크 카운트를 잡고 첫 타자를 처리하며 첫 이닝을 마치는 것만 생각하고 마운드에 오른다. 어느 볼카운트에서 어떤 구질을 던져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낮게 공을 던져서 빠르게 아웃 카운트를 늘릴 수 있을지 연구했고 이해했다.”
 
지난 6일 2012시즌 최종전에서 리즈는 자신의 발전된 투구를 여실히 보여줬다. 7⅓이닝 동안 삼자범퇴 5번을 기록하며 4피안타 9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후반기 지독히 승운이 따르지 않으며 이제야 5승째를 올렸지만 생일에 치른 마지막 선발 등판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완벽한 마무리와 함께 7일 고국 도미니카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리즈는 어느덧 겨울에만 찾게 된 고향땅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전했다.
“야구를 시작하고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도미니카는 겨울에만 찾는 곳이 됐다. 그래서 한국의 여름과 도미니카의 여름 중 어느 곳이 더 더운지는 이제 분간할 수 없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는 거의 매년 다른 곳에서 봄 여름 가을을 보냈다. 이제는 날씨가 쌀쌀해지면 도미니카가 너무 그리워진다. 무엇보다 딸을 빨리 보고 싶다. 1년째 못보고 있는데 정말 그립다. 돌아가자마자 딸과 하루 종일 함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리즈는 2년 동안 먼 곳에서 온 자신을 응원해준 LG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아직 내년 계획에 대해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다시 LG 유니폼을 입게 된다면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LG 팬들은 내가 못할 때도 나를 믿어줬다. 시즌 초에 힘들었는데 정말 고마웠다. 내 가슴속에서 영원히 최고의 팬으로 남을 것이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지금 상황에선 밝힐 수 없다. 미래는 그 누구도 모른다. 일단 일이 어떻게 돌아갈지 지켜봐야한다. 만일 내년에도 LG에서 뛴다면 더 나은 활약을 펼칠 것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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