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도 있는 시간이 2년이다. 그러나 두산과 롯데라는 팀만 놓고 보면 꽤 긴 시간인 듯하다. 2010년 두 팀의 준플레이오프 격돌 당시와 비교해 보면 그렇다. 같은 점도 있지만 달라진 점이 더 많다.
정규시즌을 3·4위로 마친 두산과 롯데는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시작으로 가을잔치에 들어간다. 두 팀은 역대 포스트시즌에서 세 차례(1995년 한국시리즈, 2009·2010 준플레이오프) 만났다. 공교롭게도 첫 판은 롯데가 모두 이겼지만 시리즈의 최종 승자는 두산이었다. 두산은 이 전적을 이어가길 바라고 있다. 반대로 롯데는 복수를 꿈꾼다.
가장 최근 포스트시즌 맞대결이었던 2010년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두산이 1·2차전을 내주고도 나머지 세 경기를 내리 잡아 롯데를 울렸다. 2년 만의 재대결이다. 하지만 2년 전과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선수구성부터 양 팀의 스타일까지 차이점이 많다.

▲ 수장의 교체, 팀 스타일의 변화
당장 감독부터가 바뀌었다. 2010년 당시 두산은 김경문 감독이, 롯데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었다. ‘스몰볼’이 득세하는 분위기에서도 비교적 선이 굵은 야구를 추구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올해는 김진욱(두산)-양승호(롯데) 감독이 사령탑으로 팀을 지휘한다. 지도 방식과 추구하는 야구상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도방식의 차이는 팀 스타일의 점진적인 변화로 나타났다. 2010년 두산은 선발보다는 불펜쪽에 무게 중심이 있었던 팀이었다. 승부처였던 4차전에서는 1차전 선발이었던 히메네스를 중간에 투입하는 강수를 쓰기도 했다. 반대로 올해는 선발 중심의 야구를 펼친다. 니퍼트-이용찬-노경은-김선우로 이어지는 선발진의 높이가 강력하다. 반대로 불펜은 양적인 측면에서 다소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는 반대다. 로이스터 감독은 선발투수들을 최대한 밀고 나갔다. 때문에 “투수교체 시점을 놓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불펜이 약했던 팀 사정과도 연관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선발보다 오히려 불펜이 빛난다. 5회만 지나면 김성배 이명우 최대성 정대현 김사율 등을 줄줄이 투입해 상대 추격을 저지한다. 양승호 감독도 “불펜 싸움은 해볼 만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2010년 당시 두 팀은 리그 최고의 타격을 자랑하던 팀이었다. 롯데의 팀 타율은 2할8푼8리로 리그 1위였고 2할8푼1리의 두산이 그 뒤를 따랐다. 하지만 올 시즌은 예전만한 강력함이 사라졌다. 전체적인 투고타저의 양상은 감안해야겠지만 롯데(.263, 리그 2위)와 두산(.260, 4위)의 팀 타율은 2푼 이상 떨어졌다.

▲ 이대호와 김동주가 없다
2010년 준플레이오프 4차전을 떠올려보자. 당시 양팀의 선발투수는 임태훈(두산)과 장원준(롯데)이었다. 임태훈은 부상 여파로 제외됐고 장원준은 현재 경찰청에서 군 복무 중이다. 양팀 통틀어 마운드에 오른 12명의 투수 중 올해도 얼굴을 볼 수 있는 선수는 3명(김승회 강영식 김사율) 뿐이다. 쐐기 3점 홈런의 주인공 정수빈은 부상으로 빠졌고 그 홈런을 맞은 임경완은 현재 SK 소속이다.
이처럼 선수 구성도 많이 바뀌었다. 2010년 준플레이오프에 나섰던 두산 선수 중 올 시즌에도 이름을 올린 선수는 13명으로 딱 절반이다. 고창성 임태훈 정재훈(이상 투수) 김동주 고영민(이상 야수)이 각기 다른 사정으로 제외됐다. 여기에 시즌 막판에는 손시헌 정수빈이 부상으로 추가 이탈했다. 이 선수들은 2010년 당시 두산 전력의 뼈대를 이뤘다. 이 공백을 다른 선수들이 어떻게 메우느냐가 두산의 운명을 좌우할 전망이다.
롯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2010년 엔트리 선수 중 14명만이 2년 뒤에 살아남았다. 특히 마운드에서는 송승준 사도스키 강영식 김사율을 제외하면 모두 새로운 얼굴이다. 다만 타선은 면면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이대호와 가르시아를 빼면 나머지 7명은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주전으로 나설 것이 유력하다.
가장 도드라지는 점은 팀의 중심타선을 이끌었던 이대호와 김동주의 빈자리다. 이대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일본으로 떠났고 김동주는 부상 여파 탓에 결국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2010년 당시 이대호는 2차전에서 조성환의 고의사구에 이어 타석에 등장, 결승 3점 홈런을 때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4·5번을 오간 김동주는 5경기에서 타율 3할1푼6리로 녹슬지 않은 타격감을 과시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된 선수도 있다. 용덕한이다. 2010년 당시 두산 소속이었던 용덕한은 준플레이오프에 맹활약하며 MVP까지 거머쥐었다. 경험이 부족했던 양의지를 대신해 시리즈 중반부터 마스크를 쓴 용덕한은 4·5차전에서 결승타를 쳤고 수비에서도 제 몫을 했다. 그러나 올 시즌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 유니폼을 입었고 이제는 친정팀을 조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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