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가을에도 허를 찌르는 스퀴즈 번트를 볼 수 있을까.
8일부터 시작되는 롯데와 두산의 5전3선승제 준플레이오프는 투수전의 양상 보일 가능성이 높다. 롯데(3.48)-두산(3.58)은 각각 평균자책점 2~3위에 오른 마운드의 팀이다. 시즌 막판에는 나란히 터지지 않는 방망이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투수전에 접전 양상을 보인다면 1점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으며 그에 따른 작전 야구의 비중도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 7일 미디어데이에서도 작전 야구를 놓고 두 팀 감독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오갔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올해 작전을 많이 걸었지만 선수들이 잘 못 따라줬다.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마음껏 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에 두산 김진욱 감독은 "지난번 롯데와 사직에서 경기할 때 두 번이나 스퀴즈 번트 대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이번에도 여러 작전을 하실 것"이라고 맞대응했다.

김진욱 감독이 말한 경기는 지난 8월26일 사직 경기. 이날 롯데는 1-2로 뒤진 8회 1사 3루에서 김주찬이 스퀴즈 번트를 성공시키며 동점을 만든 뒤 계속된 1사 1·3루 찬스에서 용덕한의 스퀴즈 번트로 결승점을 낸 바 있다. 한 이닝 두 번의 스퀴즈 번트로 두산의 허를 찌른 것이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 시절 전통의 공격야구를 구사한 롯데에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이날 경기 뿐만이 아니다. 롯데는 올해 무려 7차례 스퀴즈 번트를 성공시켰다. 이는 SK(8회) 다음으로 많은 기록이다. 용덕한이 2차례성공시킨 가운데 황재균·문규현·박종윤·전준우·김주찬이 하나씩 스퀴즈 번트를 댔다. 양승호 감독이 주문한 작전 야구가 어느 정도 뿌리내린 증거. 롯데는 스퀴즈 번트 댄 6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스퀴즈 번트 성공으로 가져오는 분위기 상승 효과도 크다.
양승호 감독은 시즌 막판 스퀴즈 번트 등 여러 작전에 대해 "칠 만한 선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의 타격 슬럼프가 포스트시즌에도 이어진다면 스퀴즈 번트 등 작전 구사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로이스터 감독 시절 포스트시즌 3년간 12경기에서 희생번트가 7개 뿐이었지만, 지난해 양승호 감독 체제에서는 5경기에서 6개의 희생번트로 강공 위주 승부에서 벗어난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두산의 기습적인 작전을 볼 수 없을까. 김진욱 감독은 "우리가 정공법 쓰는지 모르겠지만 예상치 못한 쪽으로 운용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두산은 올해 스퀴즈 번트가 2개 있었다. 그런데 2개의 스퀴즈 번트 모두 정수빈이 댄 것이었다. 그러나 정수빈은 지난달 30일 잠실 LG전에서 안와벽 골절로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두산의 정수빈의 공백이 나타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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