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공백 깨고 돌아온 현장. 11번째 우승을 향해 다시 도전한다.
'우승 청부사' 김응룡(71) 감독이 무려 8년의 공백을 깨고 현장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한화는 8일 공석이 된 사령탑 자리에 김응룡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그야말로 파격적인 인사가 아닐 수 없다. 한화 9대 사령탑에 오른 김응룡 감독은 지난 2004시즌을 끝으로 삼성 사령탑에서 내려온 이후 8년의 공백을 깨고 현장 감독으로 돌아왔다.
평안남도 평원 출신의 김응룡 감독은 두 말이 필요없는 한국야구의 전설이다. 부산 개성중 1학년 때 포수로 처음 야구를 시작한 김 감독은 부산상고-우석대를 거치며 국가대표팀 단골 4번타자로 활약하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연속 타격왕을 차지했고, 실업야구 시절 1965·1967년 홈런왕에 오르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185cm-95kg의 거구를 자랑하며 전형적인 장타자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1972년 은퇴 후 한일은행 감독으로 취임한 김 감독은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1983년 해태에서 처음 프로야구 지휘봉을 잡았다. 감독 첫 해부터 해태를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으며 남다른 지도력을 발휘했다. 이후 1986~1989년에는 프로야구 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기록된 한국시리즈 4연패 위업을 세우며 해태 왕조를 이끌었다.
이후 1991·1993년 6~7번째 우승을 일궈낸 김응룡 감독은 에이스 선동렬의 일본 진출과 간판타자 김성한의 은퇴에도 불구하고 '천재' 이종범을 앞세운 젊은 선수들로 팀을 새롭게 재편하며 1996~1997년 한국시리즈 2연패로 다시 한 번 저력을 떨쳤다. 해태 왕조 제2기를 세우며 승승장구했지만, 해태가 부도로 나락에 빠지며 가세가 기울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대회 초반 도박 파문에도 팀 분위기를 수습해 야구 최초로 동메달을 이끈 김 감독은 18년간 정든 해태를 떠나 2001년부터 삼성으로 옮겼다. 창단 후 20년간 한국시리즈 우승이 없어 목 마른 삼성이 수차례 찾아간 끝에 모셔온 것이었다. 김 감독은 2001년 첫 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아쉬움을 삼켰지만 2002년 보란듯 팀에 창단 21년만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컵 안기며 개인 통산 10번째 우승의 위업을 이뤘다.
2004년을 끝으로 제자 선동렬 수석코치에게 감독직을 물려주며 삼성 야구단 사장으로 취임했다. 야구인 최초로 CEO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역대 가장 긴 22년간 감독직을 맡으며 최다승(1476승)과 최다 한국시리즈 우승(10회) 불멸의 기록 남긴 채 화려하게 은퇴하는 듯했다. 하지만 2010년을 끝으로 사장직에서 내려온 김 감독은 최근 현역 복귀를 선언했고 한화의 부름을 받아 마침내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향한 마지막 도전에 나섰다.
현장 복귀 의사를 내치빌 때 김 감독은 최측근을 통해 "어느 팀이든 2~3년 내에 우승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최근 4년간 무려 3번이나 최하위에 빠진 한화는 당장 우승 전력과 거리가 있지만, 김 감독의 강력한 리더십이라면 2~3년 내 강팀 반열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승 청부사' 김 감독의 11번째 대권 도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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