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룡, '동반자격 제자' 선동렬과 숙명의 벤치 대결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10.08 14: 45

제자들과 정면승부를 벌인다. 
'우승 청부사' 김응룡(71) 감독이 화려하게 현장으로 컴백했다. 한화는 8일 공석 중인 제9대 사령탑으로 김응룡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2004년 삼성 감독을 끝으로 현장 지휘봉을 놓은 김응룡 감독은 8년 공백을 깨고 만 71세 나이로 그라운드에 돌아왔다. 이제는 진정한 백전 노장으로 자신이 직접 기른 제자들과도 피할 수 없는 승부의 세계로 돌아온 것이다. 
아직 사령탑 자리가 확정되지 않은 넥센을 제외한 나머지 6개팀 사령탑은 모두 김응룡 감독의 해태-삼성 감독 시절 현역으로 뛰었던 선수들이다. KIA 선동렬 감독과 롯데 양승호 감독은 해태에서 김 감독 밑에 있었고, LG 김기태 감독은 삼성 선수 시절 함께 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도 김 감독 밑에서 코치로 활약했다. SK 이만수 감독과 두산 김진욱 감독을 제외하면 모두 김응룡 감독과 직접적인 인연이 있다. 

역시 가장 관심을 모으는 건 '수제자' 선동렬 감독과의 맞대결이다. 김응룡 감독과 선동렬 감독은 야구인생의 동반자격이었다. 김 감독이 1983년 해태 지휘봉을 잡으며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고, 당대 최고 투수 유망주 선 감독도 1985년 해태 유니폼을 입으며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후 1986~1989년 전무후무한 한국시리즈 4연패에 1991·1993년까지 총 6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합작했다. 
하지만 선 감독이 1995년을 끝으로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에 진출하면서 김 감독의 곁을 떠났다. 선 감독은 결국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은 채 1999년을 끝으로 일본에서 현역에서 은퇴했고, 김 감독도 2001년부터 정든 해태를 떠나 삼성에 새둥지를 틀었다. 그렇게 그들의 그라운드 인연도 끝나는가 싶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2003시즌 종료 후 지도자 변신을 선언한 선 감독 놓고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졌고, 마지막에 웃은 건 김 감독의 삼성이었다. 선 감독은 지도자 수업 위해 존경하는 스승·밑에서 수석코치로 시작했고, 김 감독은 투수운용의 전권을 선 감독에게 맡기며 두둑한 신뢰를 보냈다. 5월 중순 삼성이 10연패에 빠졌을 때 김 감독이 선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겨주려 한 일화는 익히 잘 알려져있다. 
그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끝으로 김감독은 삼성 야구단 사장으로 취임했고, 김 감독의 자리는 선 감독이 물려받았다. 스승과 제자가 연출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었다. 김 감독은 야구인 최초로 CEO 자리까지 올랐고, 선 감독도 김 감독의 든든한 믿음 속에 사령탑으로 첫 발을 뗐다. 2005~2006년 한국시리즈 2연패에 포스트시즌 진출 5회 등 김응룡-선동렬 조합은 삼성에서도 혁혁한 성과를 냈다. 
선 감독은 "김응룡 감독님께서 사장일 때 정말 편하게 해주셨다. 일평생 야구만 해오신 분이 할 말씀도 얼마나 많으셨겠나"며 "하지만 6년간 '힘들지?', '도와줄 건 없냐?', '소신껏 해라'는 딱 세마디만 하셨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제는 적장으로 피할 수 없는 숙명의 대결을 펼쳐야 한다. 프로 무대의 세계는 승부에서 이겨야 한다. 스승과 제자의 서로를 넘어서기 위한 맞대결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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