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부진에 빠진 뒤 포스트시즌 명예 회복을 노리고 있는 최준석(29, 두산 베어스)이 큰 부상으로 인해 포스트시즌 출장이 일찌감치 좌절된 선배 손시헌(32)과 후배 정수빈(22)의 쾌유를 바랐다.
최준석은 올 시즌 극심한 슬럼프 속에 89경기 2할5푼 6홈런 30타점에 그치고 말았다. 한 때 김현수-김동주와 함께 김동석 클린업 트리오를 구축했던 최준석임을 감안하면 올 시즌 부진은 뼈아팠다. 최준석의 침체는 결국 두산 타선의 약화까지 이어졌다.
페넌트레이스에서의 부진으로 인해 최준석은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앞둔 현재 상대 좌완을 상대로 나설 대타 요원으로 격하되어있다. 롯데가 이승호, 강영식, 이명우 세 명의 좌완 불펜 요원을 엔트리에 넣은 만큼 경기 중후반 대타로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8일 잠실구장에서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준비하던 최준석의 헬멧과 모자에는 손시헌과 정수빈의 이름이 쓰여있었다. 손시헌은 지난 9월 30일 잠실 LG전에서 상대 선발 레다메스 리즈의 투구를 스윙하려다 몸쪽 공에 오른 엄지 부위 골절상을 입었다. 같은 날 정수빈은 자신이 친 타구를 안면에 직격당하며 안와벽 골절 중상을 입고 시즌 아웃되고 말았다.
대체로 부상자가 생겼을 때 다른 선수들은 부상자들의 쾌유를 빌며 등번호를 모자에 쓴다. 그러나 최준석은 등번호가 아닌 이름을 모자에 써놓았다.
“배번을 써놓아도 부상자들이 빨리 낫는다는 느낌이 안 들고 오히려 건강한 선수들 중에서 또 부상자가 나오는 것 같아서. 그래서 등번호 대신 이름을 써놓았다. 이렇게하면 시헌이형이나 수빈이도 빨리 낫고 우리 팀에서도 더 이상 부상자가 없을 것 같다”. 2년 선배 손시헌은 물론 한때 원정 룸메이트로서 괴롭히기도 하며 잔정을 쌓은 정수빈의 쾌유를 향한 최준석의 우직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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