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1] 윤석민, 김동주 그림자 걷어낸 역전타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10.08 22: 16

한때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김거김’이라는 단어가 떠돌았다. 무섭게 휘두르는 두산 베어스 3번 타자 김현수를 거르고 4번 김동주와 대결을 택했는데 김동주가 홈런 등 결정적인 타격을 하는 경우가 있어 상대 투수에게는 달갑지 않은 단어가 되기도 했다. 김동주가 없는 두산의 2012 준플레이오프 1차전 패배 속에서 ‘김거김’ 대신 윤석민(27)이 ‘김거윤타’를 때려냈다.
윤석민은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4번 지명타자로 나서 상대 수비 실책 등에 편승, 3-3으로 맞선 5회말 2사 3루에서 송승준의 3구 째를 받아쳐 4-3 리드를 잡는 1타점 중전 적시타를 때려냈다. 생애 첫 포스트시즌에 나선 윤석민의 결정적인 ‘김거윤타’였다. 팀은 연장 10회 끝 5-8로 패했으나 윤석민의 5회 적시타는 분명 가치가 있었다.
2004년 구리 인창고를 졸업하고 두산에 2차 3라운드로 입단한 윤석민은 타격폼과 체형 등이 비슷해 ‘제2의 김동주’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2군에서도 윤석민은 기본적으로 3할 대 타율-4할 대 출루율-5할 대 장타율 이상을 보장하는 ‘퓨처스리그의 주포’였다. 그러나 공-수에서 김동주라는 큰 산을 넘지 못했던 윤석민이다.

올 시즌은 달랐다. 윤석민은 허벅지 부상과 예년 같지 않은 파괴력으로 인해 김동주가 1군에서 상당 기간 결장한 사이 4번 자리를 꿰찼다. 올 시즌 윤석민은 109경기 2할9푼1리 10홈런 48타점으로 활약했다. 올해 두산의 유일한 10홈런 타자이자 자신의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다.
그러나 생애 첫 포스트시즌이었던 만큼 윤석민을 바라보는 세간의 평은 그리 높지 않았다. 선수 본인도 막상 준플레이오프 당일이 되자 긴장한 내색을 숨기지 못했던 것이 사실. 첫 두 타석에서도 윤석민은 빗맞는 범타를 양산하며 위력을 비추지 못했다. 롯데 선발 송승준이 “김현수 거르고 윤석민을 상대하자”라는 전략을 선택할 만 했다.
그러나 윤석민은 김현수가 고의 볼넷으로 걸어나간 후 송승준의 1루 견제 악송구로 인해 3-3 동점이 된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당황한 송승준의 3구 째는 윤석민이 치기 좋은 코스로 흘러갔고 윤석민은 이를 배트 중심으로 적절하게 받아쳐 3루까지 진루한 김현수의 득점을 이끌었다. 비록 이는 8회 박준서의 대타 우월 투런으로 5-5 동점이 되며 빛을 잃었고 팀도 추가점을 얻지 못하며 패했으나 윤석민의 새로운 존재 가치를 알려준 적시타였다.
 
과거 ‘김거김’이라는 단어는 자존심 강한 주포 김동주의 분노가 담긴 단어였다. 그러나 윤석민이 때려낸 ‘김거윤타’는 “나도 할 수 있다”라는 가능성이 담긴 적시타였다. 오랜 시간 동안 거성 김동주에 가려져있던 윤석민은 비로소 입단 9년차 만에 자신이 숨기고 있던 예봉을 유감없이 휘둘렀다.
farinelli@osen.co.kr
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