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팀은 패했으나 페넌트레이스 내내 슬럼프에 시달리며 자존심을 구겼던 국가대표 1번 타자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다시 한 번 가을에 강한 DNA를 보여줬다. ‘종박’ 이종욱(32, 두산 베어스)이 팀의 역전 발판을 놓는 값진 적시타와 멀티히트로 ‘가을종박’의 힘을 과시했다.
이종욱은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3타수 2안타 1타점으로 공헌했다. 특히 5회말 1-3으로 끌려가던 1사 2루에서 상대 선발 송승준의 2구 째를 밀어쳐 때려낸 좌익선상 1타점 2루타는 상대를 흔드는, 역전 발판이 된 귀중한 적시타였다. 7회에는 무사 1루에서 적절한 희생번트로 오재원의 1타점 중전 안타 발판을 만들었고 9회에도 희생번트를 때려내며 찬스를 제공했다. 팀은 연장 10회 무너지며 5-8로 패했으나 이종욱은 충분히 제 몫을 했다.
올 시즌 이종욱은 121경기 2할4푼 39타점 21도루로 2006시즌 두산에서 주전 선수가 된 이래 가장 안 좋은 성적을 올렸다. 시즌 초반에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았고 이후 자신이 원하는 타격을 하지 못하며 결국 2할5푼도 되지 않는 타율로 올 시즌을 마치고 말았다. 시즌 중 주장 완장까지 이어받으며 심기일전하고자 노력했으나 야구가 마음대로 되지 않아 스트레스도 극심했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이종욱은 “시즌 동안 부진했기 때문에 반드시 잘 해야 한다는 부담보다는 ‘축제이니 즐기자’라는 마음가짐을 갖자고 선수들에게 부탁했다. 나 또한 이번 포스트시즌을 즐기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가을을 즐기자고 이야기한 이종욱의 지난해까지 준플레이오프 통산 성적은 9경기 4할(40타수 16안타) 1홈런 7타점. 특히 이 두 번의 준플레이오프는 모두 2009, 2010년 롯데를 상대로 올린 성적이었다.
그리고 이종욱은 2012 포스트시즌 서전부터 자기 위력을 제대로 뽐냈다. 결정적인 적시타에 쐐기점 찬스를 만드는 희생번트까지. 함께 뛰던 정수빈의 안와벽 골절상으로 인해 테이블세터진에 누수가 생긴 가운데 이종욱의 부활은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세 번째 뒤집기를 노리는 두산의 위안거리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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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