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때려낸 타구였다. 그러나 이는 상대 1루수의 점프 캐치로 직선타가 되었고 1루 주자의 귀루 실패로 그대로 병살이 되었다. 두산 베어스의 중심 타자 김현수(24)가 ‘가을 병살’의 악몽에서 또다시 벗어나지 못하며 팀의 패배를 바라봐야 했다.
김현수는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3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해 5-5로 맞선 9회말 1사 1,2루에서 결정적인 끝내기 찬스를 맞았다. 누상에 있던 김재호와 오재원 모두 주루 능력을 갖춘 주자들인 만큼 적절한 적시타 하나면 끝내기가 가능했던 순간이다.
김사율의 초구를 당긴 김현수의 타구는 굉장히 잘 맞았다. 그러나 이는 1루수 박종윤의 점프 캐치에 막히며 라인드라이브 아웃이 되었고 오재원의 1루 귀루 실패로 결국 경기는 5-5에서 연장으로 흘러갔다. 김현수의 병살 덕택에 분위기를 가다듬은 롯데는 연장 10회초 황재균의 좌익수 방면 1타점 2루타를 앞세워 8-5로 승리했다.

포스트시즌에서 김현수의 병살은 굉장히 임팩트가 컸다. 2008년 SK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는 정대현(현 롯데)의 초구를 그대로 밀어쳤으나 3루수 최정이 약간 유격수 쪽으로 이동한 ‘김현수 시프트’에 막혀 패배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병살로 이어졌다.
더욱 치명적으로 다가왔던 것은 2008년 한국시리즈 5차전. 9회말 1사 만루에서 김현수는 채병룡의 공을 그대로 받아쳤으나 이는 투수 채병룡 앞으로 흘러갔다. 그리고 1-2-3 병살타가 되며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이 결정되었다. 김현수가 2010년까지 친 포스트시즌 병살타 6개 중 가장 임팩트가 컸던 두 개다.
얄궂게도 운명은 또다시 김현수를 외면했다. 만약 김현수의 초구 공략이 박종윤의 글러브를 외면했다면 우익선상으로 흐르는 끝내기타였으나 박종윤은 국내 수준급 1루 수비를 자랑하는 선수. 그리고 김현수는 또다시 병살 악몽으로 인해 그라운드에 주저앉았고 팀은 연장 10회초 와르르 무너지며 첫 경기를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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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