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연출자로서의 화려한 변신을 알린 배우들의 방문이 많았던 부산이었다.
군 제대 후 제작자로서 팬들을 만난 배우 김남길을 비롯해 수많은 호평을 이끌어내며 감독으로서의 성공적인 출발을 알린 배우 유지태, 6개월이라는 짧은 공부 기간에도 영화제에 초청되는 쾌거를 맛본 배우 윤은혜까지 배우에서 감독으로 화려하게 변신한 배우들이 제 1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았다.
김남길은 영화 '앙상블'로 제작자로서의 역량을 과시했다. 서로 다른 악기를 연주하는 연주자와 연주자 사이, 또 음악과 음악 속에서 연주자와 청중들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소통이 서로 어떻게 앙상블을 이뤄 가는지에 대한 과정을 각 연주자들의 인터뷰와 공연실황 등을 통해 보여주는 작품. 김남길이 우연히 앙상블팀의 연주를 듣고 반해 제작을 결심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 제작자로서의 변신에 김남길은 지난 5일 오후 부산 해운대 한화리조트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을 통해 "제작을 한다고 하니 '연기 그만뒀냐', '감 잃었냐'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시기적으로 제작하는 것이 먼저 오게 된 거다"라며 "물론 본업이 배우니까 연기를 해야하는 부분이 있는데 다른 연기자들과 경쟁을 한다기 보다는 2년 전 내 자신을 찾을 시간이 필요하다. 2년 전의 나를 이겨야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솔직한 심경과 각오를 드러냈다.
이어 "사실 그런 부분에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2, 3일 전에 내가 돌아가야 할 곳을 명확하게 안 것 같다"라면서 "11월 윤재구 감독님의 '거꾸로 달리는 사나이'를 준비 중이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덧붙였다.
유지태 역시 감독으로서의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다. 유지태의 첫 장편연출작 '마이 라띠마'는 세상이 등돌린 외로운 두 남녀의 고독한 사랑이야기를 그린 휴먼 멜로 드라마.
특히 제 17회 BIFF 티켓 오픈 30초 만에 매진을 기록하는가 하면 제 17회 BIFF 한국 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공식 초청, 매년 개성 강한 형식과 스타일의 화제작을 발굴하기로 유명한 ACF 후반작업 지원펀드 부분에도 선정됐다.
감독으로서의 변신을 알린 또 한 명의 스타는 윤은혜. 그는 첫 연출작 '뜨개질'로 제 17회 BIFF 와이드앵글 섹션 중 한국단편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뜨개질'은 이삿짐을 정리하던 중 완성하지 못한 뜨개질을 발견한 한 여인이 겪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윤은혜는 감독으로서의 변신에 대해 지난 7일 오후 부산 영화의 전당 북카페 라운지에서 열린 짧은 영화 긴 수다 행사에서 "'연출하겠다' 이런 마음으로, 부푼 꿈으로 시작한건 솔직히 아니고 작품을 고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 시간들을 어떻게 하면 값지게 보낼까 생각하다가 공부가 하고 싶어지더라"며 "어릴 때부터 활동을 해서 학창시절에 공부를 덜 했던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무엇을 공부할까 하다가 배우생활을 하면서 친한 감독님들이 지나가는 말로 '은혜씨는 연출 해도 잘할 것 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큰 용기를 냈던 것 같다"라면서 "연출자 입장에서 배우도 바라보고 그 상황을 보게 된다면 내 배우 생활도 단단해지고 여러가지가 깊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시작을 했다"고 덧붙였다.
또 "연출을 하면서 느낀 점은 내가 너무 배우로서 많은 고집을 부리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이나 스태프들의 말이 옳을 때도 있구나라는 걸 알았다"며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된 계기였고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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