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농구 감독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드래프트 때문이다.
2012-2013시즌 KBL 국내선수 드래프트가 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드래프트가 끝난 후 대학 농구 감독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향후 1년간 SK, 모비스, 오리온스와 연습 경기를 전면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감독들의 불만에는 이유가 있었다. 드래프트가 진행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감독들은 1차 지명권을 가진 SK가 2라운드부터 지명권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고 술렁이기 시작했다. 3라운드서 원주 동부가 김기성(명지대)을 지명한 이후 다른 구단들이 모두 지명권을 포기하면서 1군 드래프트가 모두 끝났다.

하지만 감독들은 드래프트가 끝난 후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기자들을 불러모은 감독들은 강한 어조로 불만을 토로했다. 한국농구연맹(KBL)이 자신들과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부영 경희대 감독(대학감독협의회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1월에 드래프트를 한 차례 했기 때문에 선발 인원이 줄어 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한 명이라도 많은 선수를 프로에 보내야하기 때문에 최소 20명에서 23명을 선발하는 것만큼은 지켜야 한다고 구단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KBL도 대학감독협의회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였다. 실제로 이날 1군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선수는 전체 42명 중 20명. 최 감독은 "약속한대로 20명에서 정확히 선을 끊더라"며 씁쓸한 기색을 드러냈다.
불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 감독은 "1라운드 1순위 지명권을 가진 SK가 단 1명만 선발했다는 사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머지 선수들은 어디로 가라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인 후 "귀화 혼혈 선수 드래프트시 국내 선수 2명을 의무적으로 선발하도록 KBL과 협의했음에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최 감독은 3년 전 귀화혼혈선수 드래프트에서 KBL과 대학 측이 귀화혼혈 선수를 지명하는 팀은 의무적으로 국내 선수 2명을 선발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최 감독은 "이번 드래프트에서 귀화혼혈선수를 영입한 동부는 2명을 뽑았지만 SK, 모비스, 오리온스는 1명만 선발했다. 이에 향후 1년간 우리 대학들은 SK, 모비스, 오리온스와 연습경기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대학감독협의회의 이런 반응에 KBL 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안준호 KBL 경기이사는 연습경기 거부 선언에 대해 "귀화혼혈선수를 영입한 구단이 국내선수 2명을 의무적으로 선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그렇게 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으로 이야기한 것"이라며 해석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안 경기이사는 "한 명이라도 많은 대학농구선수들이 프로에 오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대학감독협의회로서도 당연한 이야기"라면서도 "하지만 구단 입장에서도 여러모로 고충이 있다. 구단마다 정해진 정원이 있기 때문에 이미 보유한 선수들을 내보내면서 신인들을 무조건 뽑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드래프트 지명권의 트레이드 문제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했다. 이날 1순위로 SK에 지명받은 장재석은 최종적으로 KT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박상오를 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KT가 1순위 지명권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래프트 과정에서는 어디까지나 SK가 장재석을 1순위로 지명하는 형식을 취했다. 지명 소감을 묻는 질문에 "KT에서 열심히 뛰겠다"고 답한 장재석은 "KT가 아니라 SK"라는 사회자의 지적에 머쓱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하지만 최 감독은 "장재석이 KT로 간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 곳에 와서 알았다"며 "선수 본인은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SK 유니폼을 입고 나와서 'KT에서 열심히 뛰겠다'고 소감을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일이냐"며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KBL이 지명권 트레이드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 촌극이었다.
안 경기이사는 이에 대해 "향후 KBL에서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지명권의 트레이드 금지 조항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NBA처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인정하면서도 "아직 공론화된 사항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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