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잊어서는 안 될 한용덕 감독대행의 노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10.09 07: 15

그의 노고를 잊어서는 안 된다. 
한화가 지난 8일 새 사령탑으로 김응룡(71) 감독을 전격 선임하며 야구판에 큰 화제를 일으켰다. 이와 함께 한용덕(47) 감독대행의 임무도 끝났다. 지난 8월28일 한대화 전 감독의 중도 퇴진과 함께 갑작스럽게 임시 지휘봉을 잡은 한용덕 감독대행은 40일도 안 되는 짧은 기간 팀을 빠르게 추스르며 향후 팀 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용덕 대행은 불과 28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팀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28경기 14승13패1무 승률 5할1푼9리. 한 대행이 지휘봉을 잡기 전 3할대(0.378)였던 한화의 팀 승률도 결국 4할대(0.408)로 마감했다. 비록 최하위라는 건 변함없었지만 마지막까지 한화에도 재능과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성적보다 더 돋보인 건 체질개선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28경기에서 희생번트 13개밖에 대지 않았다. 그 대신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권장했다. 무려 40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경기당 평균 1.43개로 종전 0.64개보다 두 배 많아졌다. 도루 실패 16개까지 포함할 경우 경기당 평균 도루 시도도 0.99개에서 2.00개로 늘어나며 역동적인 팀컬러로 바뀌었다. 한 대행이 대행 기간 꼽은 가장 짜릿한 순간도 지난달 21일 대전 넥센전 하주석의 끝내기 스퀴즈. 한화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명장면이었다. 
한 대행은 "이미 시즌 막판이라 느슨해질 수도 있었는데 선수들과 코치들이 모두 끝까지 열심히 해줘 고맙다"며 "5할 승률을 하고 싶었는데 이를 달성해 다행이다. 그동안 좋은 경험을 했고 이제는 홀가분한 마음이다. 대행이긴 하지만 이 자리까지 아무나 올라올 수 있는 게 아니다. 앞으로 여러 모로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대행으로서의 지난날을 되돌아봤다. 
지도자 변신 뒤 스카우트를 거쳐 투수코치-재활코치-수석코치에 이어 감독대행까지 경험한 한 대행은 "한 분야를 책임지는 코치 때와는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더라. 선수 개개인이 아닌 팀을 생각해야 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달랐다"며 "감독은 참 어려운 역할이다. 선수와 팀 모두를 생각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 털어놓았다. 
한 대행은 차기 감독 후보 중 하나로 올랐지만 구단에 별다른 언질을 받지 못했고, 결국 감독의 꿈을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대행 기간 동안에도 끊임없는 후임감독 내정설로 보이지 않게 속앓이 해야 했다. 같은 처지의 넥센 김성갑 감독대행은 "한 대행에게 수고했다는 말만 했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겠나. 주위에서 계속 차기 감독설이 나오는데 사람이니까 참고 견디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임시 지휘자로서 마음을 헤아렸다.
한 대행은 "불펜에 있을 때는 불펜코치가 맞았고, 투수코치할 때는 투수코치가 맞았다. 항상 현실에 맞게 적응하는 편"이라며 "대행 막판에는 시간이 참 더디게 가더라. 앞으로의 진로 문제로 걱정이 되는데 빨리 결정이 나야 나도 생각할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과 팬들은 내년에도 그가 코치로 한화 유니폼 입고 있기를 바란다. 팀에 꼭 필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올해 마지막 28경기에서 보여준 그의 리더십은 앞으로 한화의 도약을 이끌 의미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한화는 그의 노고를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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