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믿었던 두산 마운드, 정말 이대로 괜찮나?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10.09 07: 26

믿었던 에이스와 불펜 필승조가 모두 부진했다. 그러면서 팀은 승리의 팔부능선을 눈앞에 두고 주저앉았다.
두산이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5-8로 재역전패 당했다. 두산은 에이스 투수 더스틴 니퍼트가 6이닝 3실점, 철벽 불펜진 홍상삼이 1⅓이닝 2실점으로 승리의 발판을 만들지 못했다.
니퍼트는 3회초 볼넷 3개를 범하는 외줄타기 투구를 보이더니 4회초에는 볼넷과 연타를 허용하며 3실점했다. 두산은 니퍼트가 선취점을 허용하면서 흐름을 롯데에 내줬지만 5회말 롯데 내야진의 에러 3개에 편승해 4점을 뽑았고 7회말에는 한 점을 더해 5-3, 승리에 다가갔었다. 그러나 믿었던 불펜 필승조 홍상삼이 8회초 대타 박준서에게 투런 홈런을 허용, 자신의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 믿었던 투수 2명이 고개를 숙인 두산은 연장접전 끝에 포스트시즌 첫 무대를 허무하게 마쳤다.

문제는 결과보다 과정에 있다. 이날 롯데는 니퍼트와 홍상삼에 대비해 확실한 노림수를 갖고 경기에 나섰다.
4회초 롯데의 선취점을 장식한 황재균은 “경기 전부터 니퍼트의 바깥쪽 공은 모두 버리고 오로지 몸쪽 직구만 노렸다. 노렸던 공이 와서 주저하지 않고 휘둘렀고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노림수가 잘 맞았다”고 적시타 순간을 돌아봤다. 롯데 양승호 감독 역시 “니퍼트가 유인구를 많이 던지는 스타일이다. 타자들에게 웨이트 사인도 많이 냈고 그러면서 니퍼트의 투구수도 많아졌다”고 니퍼트 공략이 의도대로 됐다고 밝혔다.
홍상삼이 결정적인 투런 홈런을 맞은 상황 역시 롯데의 계산대로 이뤄졌다. 이날 경기 MVP 박준서는 홍상삼을 상대로 때린 동점 홈런으로 생애 첫 프로무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박준서는 홈런 순간을 회상하며 “초구부터 포크볼을 노리고 들어왔다. 1구 포크볼이 너무 빠르게 떨어져서 공략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포크볼을 기다렸고 2구 포크볼이 밋밋하게 들어와 홈런으로 이어졌다”고 홈런이 의도된 결과였다고 전했다.
지난 시즌 리그 최고의 외국인투수였던 니퍼트는 올 시즌 구위가 이전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년의 니퍼트는 사실상 로케이션이 필요 없는 투수였다. 150km를 상회하는 직구를 203cm 신장에서 내리 꽂았다. 상대 타자에게 있어 니퍼트의 직구는 마치 고속 스플리터처럼 고각을 형성했고, 로케이션이 한가운데로 몰려도 배트가 밀렸다. 하지만 올 시즌의 니퍼트는 직구 구속이 140km대 초반부터 150km대까지 다양하게 찍히고 있다. 즉, 이제는 로케이션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충분히 한 방을 맞을 수 있다. 황재균이 몸쪽 직구만 노린 것도 이전과는 다르게 구위가 떨어진 니퍼트의 직구를 공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 니퍼트는 상대 타자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중점으로 볼카운트 싸움을 펼친다. 리그 정상급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바깥쪽에 넣으며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잡고 결정적인 순간 몸쪽 승부를 펼쳐 타자들을 돌려세운다. 이 같은 패턴이 시즌 중에는 꾸준히 먹혀들었지만 이날은 달랐다. 롯데 타자들은 니퍼트의 바깥쪽 공을 철저히 무시했다. 양 감독의 웨이트 사인을 받은 롯데 타자들은 니퍼트의 바깥쪽 공에 반응하지 않았고 니퍼트는 바깥 코스 공략에 고전하며 볼넷 4개를 범했다. 올 시즌 니퍼트가 롯데와 상대한 5경기 통합 볼넷 5개를 기록한 것을 염두에 두면 이례적인 일이며 그만큼 롯데의 니퍼트 공략이 통했다고 볼 수 있다.  
홍상삼이 한 방을 맞은 것도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페넌트레이스에서 홍상삼은 롯데를 상대로 그야말로 철벽이었다. 롯데전 10경기에 등판해 13⅓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0.68을 올렸다. 하지만 롯데 양 감독은 “두산의 중간투수가 우리보다 약하다고 생각했다”며 불펜 싸움에서 롯데가 두산보다 우위에 있다고 분석했다. 양 감독의 말대로 1차전 불펜싸움의 승자는 롯데였다. 양 감독의 분석이 100%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롯데가 두산보다 불펜 가용자원은 풍부하다.
니퍼트는 시리즈가 5차전까지 갈 경우 다시 선발등판하며 홍상삼은 당장 2차전에서 이기고 있는 상황이라면 다시 마운드에 오를 것이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1차전 패배 후 “전반적으로 투수들의 실투가 문제였지 불 배합은 문제가 없었다. 니퍼트가 당한 변화구도 실투가 많았고 홍상삼 역시 나쁘지 않았는데 실투가 큰 걸로 연결됐다”고 밝혔다. 두산은 2차전 선발투수로 후반기 사실상 팀의 에이스였던 노경은을 마운드에 올린다.
노경은은 올 시즌 롯데전 6경기에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90으로 활약했다. 노경은이 2차전 반격을 선동할 수 있을지, 또한 홍상삼은 1차전의 아픔을 바로 만회할 것인지, 두산이 1차전 홈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선 이들의 호투가 절실하다.
drjose7@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