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심장PD "폭탄발언·최초고백 쏟아지는 이유는..."[강심장 3년②]
OSEN 전선하 기자
발행 2012.10.09 08: 28

SBS 예능프로그램 ‘강심장’에선 유독 최초 고백이 많이 이뤄진다. 가수 노유민이 결혼 전 이미 딸을 얻은 사실이 ‘강심장’을 통해 공개됐고, 지난주 팝 아티스트 낸시랭은 고인이 된 어머니와 3년 전 이별한 아픔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절절히 고백했다. 이 밖에도 걸그룹 쥬얼리의 불화설 내막이 ‘강심장’을 통해 파헤쳐졌으며, 원더걸스 멤버 선예가 선교사 남자친구와 교제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최초 공개됐다.
지상파 방송 3사를 비롯해 케이블 채널과 종편 채널, 그리고 수많은 언론이 연예인을 향해 눈빛을 반짝이고 있는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서 ‘강심장’은 어떻게 폭탄고백, 최초고백의 발원지로 우뚝 설 수 있었을까?
최근 목동 SBS 사옥에서 만난 ‘강심장’ 연출자 박상혁PD는 그 이유를 프로그램이 갖는 포맷에서 찾았다. 여기에 ‘강심장’이 지난 2009년 첫 방송을 시작하며 3년의 시간 동안 쌓아온 프로그램 고유의 색깔과 이미지가 출연 게스트들에게 저절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는 생각 역시 들려줬다.

- ‘강심장’에서 유독 폭탄고백이 많은 이유가 뭘까?
“‘강심장’이 갖는 ‘토크 배틀’이라는 형식 자체가 강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 같다. 연예인들이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 예능감에 대해 걱정한다면, 우리 프로그램에서는 자기 인생에서 가장 센 이야기, 강한 스토리를 가진 사건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거다. 그리고 포맷 역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강심장’은 집단 토크쇼다 보니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시간에 한계가 있다. 다른 토크 프로그램들이 한 명의 게스트에게 집중해 70분을 할애하지만 사실 그런 방송에 출연할 수 있는 게스트가 대한민국에 많지 않다. 우리는 20명가량이 동시에 출연하다 보니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게스트들이 온전히 누리기 위해 다른 프로그램에서 안 하는 이야기들을 하게 되는 거다.”
- 센 이야기를 게스트가 직접 준비해 온다고?
“연출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고맙다. 자기 이야기를 할 다양한 매체가 있는데 꼭꼭 감춰뒀다가 우리 프로그램에서 이야기 해주니 말이다. 끊임없이 폭탄 발언·최초 고백이 이어지는 이유는 발언기회를 주는 것 외에도 게스트 사이에서 강한 이야기를 해도 된다는 인식이 작용하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이슈가 되는 인물들을 섭외하는 건 분명히 있다. 지난주 오인혜의 경우 부산국제영화제 시즌을 맞아 지난해 이 영화제로 화제를 모은 인물을 섭외한 거였다. 그 당시에 가장 핫하고 대중이 관심을 보이는 인물을 초대한다. 대신 그 사람의 긴 인생 전체를 듣는 게 아닌 만큼 강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 집단 토크쇼 덕을 톡톡히 보는 셈이다
“단점도 분명히 있다. 게스트 사이에 유기적 결합이 없는 경우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녹화가 단편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게스트 사이에 끈끈한 무언가 있어야 좋은 데, 그렇기 때문에 출연진 사이에서 어떻게든 연관관계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배우와 가수라면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지만 가수가 배우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불렀다거나 하는 식으로 연결 고리를 찾는다.”
 
- ‘강심장’ 장단점을 꼽는다면?
“대한민국에 토크쇼가 정말 많다. 그 속에서 ‘강심장’이 3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대체 불가능한 특성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게스트의 가장 핫한 면을 보여 줄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한계도 분명히 있다. 방송 초기에는 연예인들의 과거 사진이나 굴욕 사진을 보여주거나, 아이돌이 나와서 콩트하고 배우가 나와서 춤을 추게 하는 등 이색적인 면으로 웃음 코드를 만들었는데 3년이 되다 보니 식상함이 느껴지는 거다. 새로운 웃음코드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MC 신동엽과 이동욱에게서 희망을 보고 있다. 신동엽은 19금 개그를 방송용으로 포장해서 잘 이야기 해주고, 이동욱은 훈훈한 이미지 외에 허당기와 남자다운 매력을 보이면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 ‘강심장’ 3년에서 가장 위기의 순간은 언제였나?
“당연히 MC 강호동 하차 시기였다. 이승기도 프로그램을 하차했지만 당시에는 사전교감이 있어서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강호동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강호동이 기자회견을 통해 잠정은퇴를 선언하기 하루 전 ‘강심장’ 녹화가 있었다. 당시 프로그램을 다 접겠다는 뜻을 보였는데 펄쩍 뛰면서도 그 마음을 알 것 같았다. 말리려고 최선을 다하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더 붙들어야 했나 싶기도 하다.”
“신동엽과 이동욱이 첫 MC를 보는 날도 위기였기는 마찬가지였다. 과연 이들이 잘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의 눈초리가 많았다. 나 역시 예능 MC에 첫 도전하는 이동욱이 신동엽과 잘 어우러질까 녹화날 이른 아침부터 걱정이 많았다. 당시 전 스태프를 비롯해 방청 온 방청객까지 모두 입을 모아 나에게 ‘PD님 힘내세요’ 했다. 한 마음 한 뜻으로 응원해줬는데 그 덕인지 신동엽·이동욱이 생각보다 너무 잘 하는 거다. 그날 정말 기분이 좋았다.” 
- ‘강심장’이 어떤 프로그램이길 바라나?
“우리 프로그램에 대해 강하고 자극적이라는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 이야기가 세고 형식도 배틀이라서 그런 것 같은데, 반대로 그런 이야기를 다루려면 제작진은 더 따뜻하고 인간적으로 게스트를 대해야 한다. 우리까지 출연자들을 경쟁으로 몰고 가면 프로그램이 제대로 굴러갈 수가 없다. 이제껏 그렇게 해왔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점들이 시청자들에게도 전달돼야 할 것 같다. 또 하나는 현재 ‘강심장’은 새로운 화두를 던져야 하는 시점인 것 같다. ‘강심장’이 집단 토크쇼를 유행시키면서 예능 판도에 변화를 일으켰다. 집단토크쇼는 일인토크쇼가 게스트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것과 달리 항상 일정 수준 이상 재밌다는 생각으로 시청자들이 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트렌드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방송 초기 ‘강심장’은 톱 아이돌 스타가 나와서 눈물 흘리고 성형 고백도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게 우리만의 브랜드였다면 이제는 여타 프로그램도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새로운 방향의 웃음을 줘야 할 때다. 이제껏 온 것처럼 ‘강심장’이 앞으로 3년을 더 가려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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