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양의 야구 365]'야구장 매너'를 보여준 두산팬들과 양승호 감독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2.10.09 10: 42

흔히 우스개로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제 열기를 뿜기 시작한 프로야구 가을잔치에서는 아니었습니다.
지난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가 맞붙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두산 팬들과 양승호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매너’의 진수를 보여줬습니다.
두산 팬들과 양 감독은 상대의 불운에 기뻐하기 보다는 함께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줘 보는 이들로 하여금 ‘흐뭇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두산 팬들이 먼저 ‘매너 응원’을 보여줬습니다.

7회말 두산 공격 때 수비하던 롯데 포수 강민호가 원바운드된 송구 볼에 안면을 강타당해 그라운드에 드러눕자 ‘강민호’를 연호하며 응원했습니다. 강민호가 훌훌 털고 일어나기를 기원한 겁니다. 두산 응원단은 강민호가 큰 부상을 당하지 않기를 기원하며 응원을 주도했습니다.
한창 ‘죽기 살기로’ 결전을 치르는 상대편이지만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응원을 보낸 것입니다. 정정당당하고 깨끗한 승부를 펼쳐야 하는 스포츠세계의 아름다운 장면이었습니다.
두산 응원단의 ‘매너 응원’이 있고 3이닝이 지난 후에는 롯데 양승호 감독이 훈훈한 장면을 보여줬습니다.
연장 10회초 롯데 공격 때 두산 1루수 오재일과 투수 김강률이 번트 수비를 펼치다가 충돌, 오재일이 한동안 그라운드에서 누워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두산 벤치에서 트레이너와 코치가 달려나오고 응급요원까지 나와 오재일의 부상을 살피고 있었습니다.
그 때 건너편 덕아웃에 있던 양승호 감독이 혼자 뚜벅뚜벅 그라운드로 나와 오재일에게 다가갔습니다. 양 감독은 누워있는 오재일을 보고는 안타까워했습니다. 마치 롯데 선수가 다쳐서 누워있는 것처럼  안타까운 모습으로 지켜보다가 오재일이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나자 덕아웃으로 돌아갔습니다.
 
경기 후 양 감독은 ‘왜 그라운드에 나갔냐’는 물음에 “부상이 걱정됐다. 상대 편이지만 부상을 살피고 빨리 털고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은 예의”라며 걱정이 돼서 나가봤다고 밝혔습니다. 양 감독의 따뜻한 인간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두산 팬들과 양 감독은 승패를 떠나 그라운드에서는 깨끗한 승부를 바라는 한마음이었습니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야말로 야구장을 떠나 우리네 인간사 모든 면에서 가져야할 덕목임을 다시 한 번 느낀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었습니다.
OSEN 스포츠국장 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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