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나온 선발 투수가 상대의 분석에 고전했다. 그만큼 상대의 허를 찌를 수 있는 확실한 결정구가 필요하다. 두산 베어스의 후반기 실질적인 에이스로 활약한 노경은(28)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선발 등판은 더욱 중요하다.
2003년 데뷔 후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하다가 10년차 시즌인 올해 12승 6패 7홀드 평균자책점 2.53(3위)의 성적을 올린 노경은은 후반기 팀의 실질적인 에이스로 활약했다. 올 시즌 성공은 노경은을 9일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선발로 낙점하기 충분했다.
노경은의 올 시즌 롯데전 성적은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90으로 뛰어났다. 잡았던 경기를 놓치며 허무한 패배를 당한 두산 입장에서는 노경은의 2차전 호투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8일 1차전 선발로 나선 더스틴 니퍼트의 주무기와 주된 코스 배분이 롯데 타자들의 기다림 속에 무위로 그치며 상대적으로 많은 투구수를 기록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

니퍼트는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에서 롯데를 상대로 5경기 3승 1패 평균자책점 2.13으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그러나 8일 1차전에서는 6이닝 6피안타(탈삼진 2개, 사사구 4개) 3실점으로 최소한도 제 몫은 했으나 4회에만 3실점 하는 등 다소 아쉬운 모습을 비췄다.
이유는 있었다. 롯데 타자들은 그동안 니퍼트에게 당했던 높은 직구와 오른손 타자 바깥쪽 서클 체인지업을 기다리는 전략을 택했다. 3회 김주찬은 니퍼트가 던진 바깥쪽 체인지업에 체크 스윙만 했을 뿐 제대로 휘두르지는 않으며 볼넷으로 출루했다. 또한 경기 전 홍성흔은 “니퍼트의 높은 직구는 기다리면 볼이 된다. 때리고 싶어도 일단 참아내야 한다”라며 경기 전 분석에 대해 이야기했고 이는 니퍼트의 6이닝 강판을 이끈 원동력이 되었다.
노경은도 올 시즌 롯데에 강한 면모를 비췄으나 기존 패턴을 고수한다면 니퍼트처럼 당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올 시즌 들어 노경은은 직구와 투심 패스트볼, 그리고 포크볼의 비율을 높여 던지는 주된 패턴을 보여줬다. 자세히 들어가면 직구와 포크볼의 비율이 1.5-1 정도에 달할 정도로 꽤 의존도가 높았다. 노경은의 포크볼은 홈플레이트까지 직구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정도로 공략이 쉽지 않지만 롯데 타선이 ‘이것만 노리자’라는 식으로 들어간다면 적시타 허용률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노경은은 사실 무기가 많은 투수다. 노경은의 슬라이더는 최고 144km까지 찍힐 정도로 웬만한 투수들의 직구 구속 만큼 나온다. 여기에 120km대 파워커브의 움직임도 뛰어나다. 노경은이 2010년까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이유는 변화구 구종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제구력이 완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즐겨쓴 변화구 대신 다른 유인구성 변화구를 추가한다면 노경은도 확실한 승산을 갖추고 있다.
또한 노경은의 포스트시즌 출장이 처음이라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 8일 1차전을 준비하기 전 노경은은 “페넌트레이스랑 다를 바 없었으면 좋겠어요”라며 평정심을 찾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페넌트레이스와 포스트시즌은 팬들의 함성부터가 차원이 다르다. 한 경기, 한 경기 승패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선수 본인의 큰 집중력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또한 두산 투수진에서 선발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노경은이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홍상삼-스콧 프록터에게 바통을 넘겨줘야 한다.
올 시즌 노경은은 홈런-타점왕 박병호, 강력한 신인왕 후보 서건창(이상 넥센) 등과 함께 고진감래의 전형을 보여준 입지전적인 에이스였다. 페넌트레이스 동안 감동의 마라톤을 펼쳐 온 노경은이 롯데 타선의 분석을 뚫고 생애 첫 포스트시즌 등판에서도 ‘미라클투’를 선보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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