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룡(72) 전 삼성 라이온즈 사장이 전격적으로 한화 이글스의 감독으로 현장에 복귀한다는 소식은 야구인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8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던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현장에서도 김응룡 사장의 감독 수락 얘기가 단연 화제였다.
잠실구장에서 만나 본 야구인들의 반응은, 뭉뚱그리자면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우선 한국야구위원회(KBO) 구본능 총재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구 총재는 사견임을 전제로 “LG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한 번 팀이 무너지면 재건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면서 한화의 전력이 그리 탄탄하지 않음을 들어 노장의 현장 복귀에 대해 물음표를 달았다.

김응룡 감독과 오랜 친구 사이인 박영길 전 롯데 감독 또한 비관 섞인 견해를 피력했다. 박 전 감독은 “아닌 말로 올해 기아도 4강에 들지 못했는데, 한화가 내년에 삼성, SK, 두산, 롯데와 기아를 넘어설만한 전력을 갖출 수 있겠느냐”고 걱정하면서 “내년에 전력을 가다듬어 2014년에 승부를 걸어야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김인식 전 한화 감독은 다른 목소리를 냈다.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은 “5:5 승부라고 본다.”는 전제를 달고, “잘 되면 ‘역시 김응룡’이라는 소리를 듣겠지만 못되면 ‘그럼 그렇지, 그 동안 좋은 선수로 구성된 팀에서만 성적을 낸 것’이라는 말을 들을 수 도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그런 점에서 ‘절반 확률의 승부’라고 본 것이고 자칫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김인식 위원장은 그에 덧붙여 “(김응룡 감독의 현장 복귀는)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서 했겠지만 당장 내년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계약기간이 2년임을 감안해야한다는 뜻이다. 전력을 다질 시간적인 여유를 부릴 수 없다는 것이다.
한화 구단이 김응룡 신임 감독의 손에 쥐어준 시간은 공표한대로 2년이다. 2년차는 사실상 지도력의 누수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아예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이 속 편하다.
‘풍부한 실전 경험,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한국시리즈 10차례 우승의 실적, 강력한 카리스마.’ 흔히 ‘김응룡’이라는 지도자를 설명할 때 으레 따라다니는 수식이다. 김응룡 감독은 지난 2004년 삼성 감독에서 물러난 지 8년 만에 현장 지휘봉을 다시 잡았다. 8년이라는 세월은 짧다면 짧고, 길 다면 긴 시간이다. 야구 자체야 다를 바가 전혀 없겠지만, 야구 환경은 변화가 있기 마련이다.
그 세월의 공백을 김응룡 감독이 얼마만큼 단 시간에 극복하고 왕년의 위세를 되찾을 수 있을 지는 섣불리 장담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여태껏 한화 구단이 해왔던, 이를테면 외국인 선수를 제 때 교체하지 못한 ‘늑장 행정’, 꼭 필요한 FA 선수를 영입하지 못한 ‘미온적 행정’ 따위로는 설사 김응룡 감독이 ‘전가의 보도’를 휘둘러댄다고 하더라도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그만큼 한화 구단이 김응룡 감독의 호흡을 잘 따르고 맞춰주는 적극적인 뒷받침, 지원이 중요하다.
다른 한 가지는 김응룡 감독의 의중을 충분히 읽고 마음으로 따르며 선수들을 지도할 수 있는 코치진의 보필이 중요하다. 김응룡 감독이 앞으로 코치진을 어떻게 구성하는 지 주목되는 까닭이다.
OSEN 선임기자
김응룡 신임 한화 감독과 박영길 전 롯데 감독(왼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