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ecret makes a woman woman(비밀은 여자를 아름답게 만든다)'. 만화영화 ‘명탐정 코난’의 명대사다. 브랜드 ‘씨크릿우먼’을 처음 접했을 때 떠오른 문구다.
씨크릿우먼은 탈모나 숱이 적은 이들을 위한 ‘가발’이 아닌, 머리숱에 관계없이 중년여성에게 자기만족과 자신감을 입혀줄 의(衣)의 개념으로 만들었다. 이름도 가발이 아닌 ‘헤어웨어’라 불린다. 헤어웨어란 ‘머리에 입는 옷’이란 뜻의 머리(Hair)와 옷(Wear)의 결합어다. 실제 백화점에서도 잡화코너가 아닌 여성복 매장에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난 8일 대전에서 창립 11주년을 맞이해 브랜드 선포식 및 헤어웨어 쇼를 연 씨크릿우먼의 김영휴 대표를 만났다. 그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기자를 맞이했다.

▲ ‘전업주부 12년차’라는 옷을 벗어 던지다
김영휴 대표에 대한 첫인상은 ‘멋진 엄마’다. 중년 여성 특유의 볼륨있는 헤어, 단정하고 반듯한 옷차림이 꼭 미국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의 브리를 떠올리게 했다. 브리는 청소, 요리, 자녀 교육, 일까지 언제나 완벽을 추구하는 캐릭터다.
여기에 더해 그가 쓰고 있는 ‘빨간색 뿔테안경’은 빨간색이 담고 있는 정열, 진취, 여성성과 뿔테안경이 지닌 지적인 이미지를 결합하여 언제나 자신감 넘치는 그의 성격을 대변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가 ‘멋진 엄마’ 캐릭터였던 건 아니다. “씨크릿우먼을 시작하기 전 저는 평범한 주부였습니다. 전업주부 12년차가 되다보니, 사는 의미가 없을 만큼 괴로운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때 자기계발서를 열심히 읽었습니다. 하지만 어디에도 ‘속 시원한 해답’을 찾을 순 없었습니다.”
그때 소크라테스가 했던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이 생각났다고. “본인 실체 파악부터 해야 한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습니다. 나를 알기 위해 나에게 말을 걸고, 나의 본성에 귀 기울였더니 비로소 자신을 알게 되고 사랑에 빠지게 됐습니다. 거울을 들여다 보게 되었죠.”
▲ 내 자신을 제대로 사랑해주기 위해 만든 ‘헤어웨어’
하지만 거울 속 김영휴는 임신과 출산의 반복으로 인해 탈모현상이 생기고, 뽀글이 파마를 한 전형적인 대한민국 아줌마였다. “출산 후 이어진 탈모로 인해 헤어웨어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검은색 스타킹을 구겨서 대체해보기도 하고, 통가발을 사다가 잘라서 핀으로 붙여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씨크릿우먼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씨크릿우먼은 탈모나 머리숱이 적은 여성만을 위한 건 결코 아니다. “40~50대가 되어 피부가 처지면 이를 보완하기 위해 머리에 볼륨을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피부가 더 탄력 있어 보입니다. 때문에 갓 미용실에서 나온 듯 스타일링이 잘된 머리를 보여주는 것이 씨크릿우먼이 추구하는 목표입니다. 티 나지 않는 데에 주안점을 둔 기존의 가발과는 여기서 차이를 보이죠.”
이를 위해 씨크릿우먼의 본사에는 용을 그린 다음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완성하듯 헤어웨어의 끝손질을 위한 ‘화룡점정’ 팀이 따로 있다. “화룡점정 팀은 전부 미용일을 했던 사람들로 구성됐습니다. 기존의 가발과는 달리 스타일을 중시하기 때문에 다들 자부심을 갖고 일합니다.”
또 하나 씨크릿우먼의 특별한 점은 ‘두상’을 보완한다는 것이다. 두상에 대한 의문을 품자 김영휴는 자신의 헤어웨어를 벗었다. 그가 보여 준 헤어웨어의 뒷면에는 검은색 플라스틱 느낌의 반구(半球)와 양 옆의 머리를 받쳐주는 틀이 보였다. 바로 이것이 씨크릿우먼의 비밀병기인 듯싶다.
▲ 내 평생 최고의 후원자 ‘가족’ 그리고 ‘나’

1인 기업으로 시작했던 김영휴에게 씨크릿우먼만큼이나 값진 건 사람들이다.
“씨크릿우먼의 고객, 직원들의 이야기를 좀 더 재미있게 담아내고자 계획한 것이 ‘아담운’입니다. 현재는 손바닥만한 팸플릿으로 헤어웨어의 상징, 헤어에 관한 역사, 해몽 등 재미난 읽을거리가 위주이지만 내년부터는 씨크릿우먼과 함께해온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내어 소통할 수 있는 그런 소책자를 발간하고 싶습니다.”
또 그의 곁에는 든든한 남편, 아들, 딸이 있다. “처음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반대가 심했습니다. 사업의 ‘사’자도 모르는 전업주부가 덜컥 사업이라니 다시 생각해보면 남편의 반응은 ‘저러다 말겠지’식이었던 것 같네요(웃음). 하지만 이젠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든든한 지원군이 됐습니다.”
“늘 아이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어느날 아이가 인터넷에 제 이름을 검색해보며 ‘우리 엄마만큼 유명한 엄마는 없다’며 자랑스러워 할 땐 마음이 뿌듯하기도 했고, 딸아이가 저의 사업을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해 대학교 전공을 그런 쪽으로 선택했을 땐 기특한 마음에 참 고맙더라고요.”
김영휴 대표는 의기소침했던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오늘날에도 혼자 자문자답을 즐긴다고 했다. “사람은 모두 태어났을 때부터 ‘나’라는 주식회사의 대표입니다. 지금부터라도 ‘나는 너무 예쁘다, 잘한다, 이것도 할 수 있다’라는 생각처럼 건강하게 자아도취에 제대로 빠져보길 권해드립니다.”
“제가 좋아하는 옛말 중에 근주자적 근묵자흑(近朱者赤 近墨者黑)이란 말이 있습니다. 풀이 붉은 인주를 가까이하면 붉게 되고, 먹을 가까이하게 되면 검게 물든다는 뜻입니다. 내 안의 멋진 나와 자주 만나다보면 언젠가 멋진 내가 되어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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