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재현이 '여자와 관계를 갖게 되는 사제'라는 파격 캐릭터로 분해 베드신을 찍은 것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전했다.
조재현은 9일 오후 부산 해운대 신세계 센텀시티에서 열린 '콘돌은 날아간다(El Condor Pasa)' 갈라프리젠테이션 기자회견에서 신인배우 배정화, 연출을 맡은 전수일 감독과 함께 무대에 올라 질의응답시간을 가졌다.
극중 조재현은 평소 성당 안팎에서 가족처럼 가까이 지내던 소녀 연미(유연미)가 성폭력을 당해 죽음을 당하고, 그로 인해 예상치 못한 정신적·육체적 시련과 시험을 거치는 사제 캐릭터를 연기했다. 극중 죽은 소녀의 언니 배정화와 롱테이크 베드신을 펼쳐보인다.

이날 배정화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조재현은 "베드신은 여자배우에게만 질문이 많이 가는데, 사실 남자배우의 감정이 굉장히 중요하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베드신에 대해 "실제 영화상으로는 두 컷, 세 컷으로 편집됐지만 사실 롱테이크로 9분간 찍었다"라면서 "하지만 리허설은 못 하고 둘이 말로만 했다. 옷 입은 채로 '이렇게 이렇게 하겠다'라고 상의했다. 리허설을 못해 많은 상상을 해서 디테일한 얘기를 나누고 바로 촬영에 들어갔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굉장히 그 시간이 집중할 수 있었다. 촬영을 하는데 캐릭터로서 이 상황이 굉장히 무섭고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앞에 있는 여자가 옷 벗는 모습 지켜보는데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 이닌가. 배우로서 여배우가 침대 위에 누워있을 때 내 머릿 속에서 나온 생각은 '나도 빨리 벗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내가 여배우를 도와주는 방법은 그거 밖에 없다. 시나리오로 봤을 때는 아무리 분석해도 안 나오던 거다. 빨리 벗어서 이 여자를 도와줘야 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색다른 경험을 했다"라고 덧붙였다.
"롱테이크라 연기가 어렵지 않았나"란 질문에는 "롱테이크 때문에 어렵거나 힘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감정을 잡기는 쉽다"라고 설명했다.
첫 작품에서 과감한 연기를 펼친 배정화는 "촬영 후반부에 찍었는데, 이미 인물로서 몰입하면서 쌓아가던 중이었기 때문에 촬영 순간에는 정말 몰입을 해서 그 상황 속에서 어떻게 돼 가는지를 지켜봤다. 영화를 통틀어서 배우로서 집중도가 가장 높았다"라며 "촬영하면서 들었던 여러 감정은 (캐릭터로서) 내가 갖고 있는 고통과 상실의 아픔에서부터 벗어나고 싶고 고통 속에서 누가 꺼내줬으면 좋겠고 구원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전했다.
한편 '콘돌은 날아간다'는 평소 가족처럼 아끼던 소녀의 죽음에 연루되고, 그로 인해 예상치 못한 정신적·육체적 시련과 시험을 거쳐야만 하는 한 사제를 축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 신부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번민을 치유하는 과정을 그렸다.
ny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