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룡 우산에서 잘 배우기를 바란다".
이종범(42)은 9일 낮 김응룡 한화 신임감독을 만나 한화행을 확정지었다. 한화 구단도 지난 9일 밤 공식 확인했다. 코치진 조각을 모두 김 감독에게 일임했기 때문에 두 사람의 만남은 이종범이 독수리 유니폼을 입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예상한대로 이종범은 스승의 품에 안겼다.
이종범의 한화행을 바라보는 한화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아마도 친정팀 KIA의 시선은 더욱 복잡할 것이다. 해태와 KIA란 이름을 달았던 타이거즈는 이종범이 일본 생활을 제외하고 16년 동안 뛰었던 곳이다. 구단과 팬들은 친정이 아닌 다른 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다는 것이 생소할 것이다.

그러나 그가 김응룡 아래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 그나마 다행이라는 시각도 동시에 존재한다. 왜냐면 김응룡이라는 연결고리가 절묘하게 이어주기 때문이다. 김응룡은 타이거즈 18년동안 9번의 우승을 이끌었던 감독이다. 그의 밑에서 이종범은 선동렬과 함께 왕조를 건설했던 대들보였다. 타이거즈의 역사를 함께 써냈던 이들이었다.
김 감독은 선동렬 감독이 2003년말 거취를 놓고 흔들릴 때 삼성의 수석코치로 데려갔고 지휘봉을 물려주었다. 그리고 8년만에 현장에 복귀하더니 지도자로 뛸 곳을 찾지 못하던 이종범을 다시 품에 안았다. 그에 앞서 김기태 LG 감독이 광주일고 후배인 이종범과 함께 하기를 원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주변 여건이 여의치 않아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렇다고 KIA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기엔 선감독이라는 벽이 있다. 언젠가는 돌아오겠다고 말했지만 당장은 아니다. 이처럼 갈피를 못잡는 와중에 김응룡 감독이 한화 지휘봉을 잡고 이종범의 거취를 간단하게 교통정리했다. 천재 이종범을 피워냈듯이 지도자 이종범을 키워내는 것도 그의 숙제이다.
이종범은 지난 9일 김응룡 감독이 한화 사령탑에 선임되자 "모시고 함께 하고 싶다"는 의중을 내비쳤다고 한다. 스승과 함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겠다는 다부진 각오였다. KIA 구단의 한 관계자는 "김응룡이라는 커다란 우산 아래 지도자로 잘 배우기를 바랄 뿐이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 한마디에 언제가는 돌아오리라는 KIA의 복잡한 심경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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