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2] '첫 가을' 노경은-유먼, 승자없는 명품 투수전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10.09 20: 42

전날(8일) 잇단 수비 실책으로 경기 내용은 그리 빼어나지 않았다. 반면 이번에는 연이은 호수비가 양념이 되며 양 팀 선발 투수들의 공이 홈플레이트에서 춤을 췄다. 두산 베어스의 대기만성 에이스 노경은(28)과 롯데 자이언츠 좌완 에이스 셰인 유먼(33)이 9일 잠실벌에서 빼어난 명품 투수전을 펼치며 팬들의 손에 진땀을 자아냈다.
노경은과 유먼은 9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두산과 롯데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로 등판, 각각 6⅓이닝 6피안타(탈삼진 2개, 사사구 3개) 1실점, 6이닝 6피안타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제 몫을 확실히 해냈다. 지난 8일 롯데의 8-5 연장 10회 승리로 끝난 1차전이 양 팀 합쳐 5개의 실책으로 경기 수준은 다소 떨어졌음을 감안하면 2차전 선발 투수들의 쾌투는 그야말로 멋들어졌다.
2003년 데뷔 이래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선 노경은은 초보자답지 않게 평정심 속 자기 몫을 해냈다. 노경은은 4회초 손아섭에게 볼넷, 박종윤에게 3루수 내야안타를 내주며 2사 1,2루 위기를 맞았다. 특히 박종윤의 타구는 노경은의 오른 허벅지를 맞고 굴절된 것이라 투구 지속 여부도 살펴야 했다. 그러나 노경은은 후속 전준우를 3루수 땅볼로 잡아냈다.

6회초 노경은은 2사 후 홍성흔을 풀카운트 끝 볼넷으로 출루시키고 깜짝 2루 도루를 내줬다. 그러나 박종윤을 헛스윙 삼진처리하며 위기도 스스로 넘어간 노경은이다. 의도적으로 경기 초반 포크볼을 평소보다 덜 던지던 노경은은 박종윤을 포크볼로 삼진처리했다. 150km대 빠른 직구는 물론 투심-커브-포크볼-슬라이더 등 그가 던지는 공들은 모두 움직임이 좋았다. 다만 볼이 다소 많아 세 개의 사사구를 내준 것은 아쉬웠다.
유먼도 올 시즌 13승을 거두며 외국인 에이스로 활약한 본연의 위력을 재확인 시켰다. 시즌 말미 발가락 부상 등으로 인해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던 유먼은 1회말 김현수에게 1타점 중전 안타를 내주며 선실점했다. 이원석에게 좌측 담장 직격 2루타로 2사 2,3루까지 쫓긴 유먼이었으나 그는 최주환을 삼진처리하며 첫 회 위기를 넘겼다.
이후 유먼의 투구는 명불허전이었다. 크게 흔들리지 않고 두산 타선을 봉쇄해나간 유먼은 7회 김성배에게 바통을 넘길 때까지 최고 147km 직구는 물론 슬라이더-체인지업을 요령껏 섞어던졌다. 7회 문규현의 좌중간 안타로 1-1 동점이 된 덕택에 유먼은 불운한 패전 요건을 벗어던질 수 있었다.
특히 이들의 투구에서 주목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의 분석을 피하기 위해 페넌트레이스에서 즐겨 던졌던 구종의 비율을 의도적으로 낮춰 던졌다는 것이다. 총 107개의 공(스트라이크 65개, 볼 42개)을 던진 노경은은 그동안의 결정구였던 포크볼은 단 10개 만을 던졌다. 대신 최고 142km의 슬라이더를 35개, 투심 패스트볼을 35개 던졌다. 그리고 투심 패스트볼 최고구속은 무려 150km에 달했다.
유먼도 자신의 주무기인 체인지업은 12개 밖에 안 던졌다. 대신 슬라이더 비율을 23개로 높여 던졌다. 89개의 공을 던진 유먼은 스트라이크 62개, 볼 27개로 빼어난 제구력으로 무사사구 선발 호투를 선보였다. 양 팀 수비진도 7회 김재호의 실책을 제외하면 8일 1차전에 비해 빼어난 모습을 보여주며 선발투수들의 호투 맞대결을 빛냈다.
경기를 만들어가는 선발 투수의 호투가 없다면 팀 승리는 낙관하기 힘들다. 노경은과 유먼 모두 자기 몫을 확실히 해내는 호투로 비록 선발승은 따내지 못했으나 잠실구장을 찾은 만원 관중 앞에 가을 명투수전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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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은-유먼./잠실=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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