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타이거즈를 떠났다. 한화에서 코치로 데뷔한다.
타이거즈를 상징하던 '바람의 아들' 이종범(42)이 결국 독수리 군단에서 지도자로 데뷔한다. 한화는 9일 신임 김응룡 감독의 요청에 따라 이종범을 코치로 영입한다고 밝혔다. 최근 LG 코치설이 불거졌으나 와전된 소식으로 전해지자 김응룡 감독이 직접 이종범의 한화 코치행을 이끌었다. 이날 오후 김 감독과 면담을 가진 이종범은 한화행을 결심했고, 김응룡 감독도 곧바로 구단에 이종범 코치 영입을 요청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난 3월31일 시즌 개막 일주일을 앞두고 전격적인 은퇴 선언으로 그라운드를 떠나며 화제를 뿌린 이종범은 스포츠채널 방송사들의 해설위원 요청에도 한사코 거절하며 지도자 수업을 준비했다. 지난 5월26일 광주 KIA-LG전에서 화려한 은퇴식을 가진 그는 "언젠가 타이거즈로 돌아오겠다"며 팬들에게 잠시 이별을 고한 뒤 그라운드를 잠시 떠났다.

최근에는 광주일고 선배 김기태 감독이 있는 LG 코치행이 불거졌으나 와전된 소식으로 밝혀졌다. 이때 한화 감독으로 전격 선임되며 8년 공백을 깨고 돌아온 김응룡 감독이 애제자 이종범을 거둬들이고자 직접 나섰다. 김 감독은 지난 5월 이종범의 은퇴식 때 "KIA로 돌아가 지도자 생활을 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은퇴 후 자리를 잡지 못한 제자를 데려오기로 결심했다. 김응룡 감독은 "타격이든 주루든 수비든 뭐든 맡길 수 있다"며 이종범에게 높은 신뢰감을 드러냈다.
이종범의 한화행은 그가 타이거즈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모든 이들을 놀라게 한다. 광주일고-건국대를 졸업하고 지난 1993년 해태에 데뷔한 그는 천재적인 플레이로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하며 팀의 우승과 함께 혜성처럼 등장했다.
1994년에는 역대 프로야구 단일 시즌 타율 2위(0.393)에 역대 최다안타(196개) 최다도루(84개)를 성공시키며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야구천재로 불렸다. 1996~1997년에는 타선에서 거의 원맨쇼로 타이거즈에 한국시리즈 2연패를 안겼다. 1993~1997년 5년간 무려 3차례나 팀을 한국시리즈 정상으로 이끌었다. 타이거즈를 넘어 한국프로야구의 최고 선수였다.
1998~2001년 잠깐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활약할 때를 제외하면 모두 타이거즈에 몸담았다. 2001년 복귀할 때도 KIA로 재창단한 타이거즈의 간판으로 돌아왔다. 올초까지 KIA의 고참으로 팀의 정신적 지주이자 간판 스타 노릇 톡톡히 해왔다. 그러나 올초 시범경기 마치자마자 코칭스태프로부터 은퇴 권유를 받은 뒤 전격 은퇴하며 갑작스레 타이거즈를 떠나야 했다.
약 7개월간 그라운드 밖에서 야구를 바라본 그는 지도자 데뷔에 대한 의지를 보였고, 스승 김응룡 감독 밑에서 마침내 코치로 첫 발을 떼게 됐다. 슈퍼스타라면 최고 감독 밑에서 배우는 게 순리가 될 수 있다. 과거 선동렬 KIA 감독도 김응룡 감독이 있는 삼성에서 수석코치로 지도자로 데뷔한 바 있다. 그리고 이제는 타이거즈로 돌아왔다. 비록 타이거즈를 떠나 독수리 군단에서 지도자로 데뷔하는 이종범이지만 야구와 인생은 어떻게 될지 누구도 모른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