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의 아픔, 더 나아가 가을의 아픔을 어느 정도 씻어내는 활약이었다. 방망이를 곧추세운 김현수(24·두산)가 3안타를 치며 분전했다.
김현수는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2012 팔도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선발 좌익수 겸 3번 타자로 출전해 4타수 3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다. 특히 1회 때린 중전안타는 이날 팀의 유일한 득점으로 이어졌다.
김현수는 전날(8일) 극심한 불운에 울었다. 김현수는 5-5로 맞선 9회 1사 1,2루의 기회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끝내기 찬스였다. 그리고 김사율의 떨어지는 공을 감각적으로 잘 받아쳤다. 끝내기 안타가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공은 솟구쳐 오른 1루수 박종윤의 글러브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찰나의 순간에 1루 주자 오재원은 귀루하지 못했다. 더블 플레이였다. 김현수의 ‘가을 악몽’ 역사에 또 하나의 기억이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김현수는 곧바로 그라운드에 드러누웠다. 지독한 악연에 항의라도 하는 듯 했다. 결국 두산은 연장 10회 3점을 허용하고 첫 판을 내줬다.
하지만 김현수는 좀 더 성숙한 야구선수로 발전했다. 기죽지 않았다. 2차전을 앞두고도 여유가 있었다. 결과가 좋지 않았던 초구 승부에 대해서도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온 공은 치겠다”라고 잘라 말했다. 계속되는 악재에도 도망가지 않겠다는 당당함이었다. 결국 김현수의 이런 당당함과 자존심은 2차전 활약이라는 반전의 계기가 됐다.
첫 타석부터 방망이가 날카로웠다. 1회 1사 2루 기회에서 중전안타를 터뜨리며 선취점을 뽑았다. 스트라이크존으로 공이 오자 2구째에 자신 있게 배트를 내밀었다. 욕심 내지 않고 타구를 중견수 방향으로 보낸 감각적인 타격이었다. 세 번째 타석에서도 2구째를 받아쳐 안타를 만들어냈다. 좋은 공이 오면 기다리지 않았다.
9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팀 추격의 불씨를 되살리기도 했다. 좌완 강영식을 상대로 다시 중전안타를 뽑아냈다. 불리한 볼 카운트임에도 침착하게 공을 골랐고 정확한 선구안으로 활로를 열었다. 비록 후속 타자 윤석민의 희생번트가 병살타로 연결되며 팀은 패했지만 김현수의 활약은 빛난 날이었다. 자타 공인 준플레이오프 키 플레이어인 김현수의 부활은 두산으로서 한가닥 위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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