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를 놓치면 위기가 찾아온다.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이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도망갈 기회를 놓친 두산이 이틀 연속 역전패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두산은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2012 팔도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9회 용덕한에게 결승 솔로홈런을 허용하며 1-2로 졌다. 전날(8일) 1차전에서도 5-8로 역전패했던 두산은 이로써 시리즈 전적 2패를 기록한 채 부산으로 향하게 됐다.
시작은 좋았다. 1회부터 점수를 냈다. 롯데 에이스 쉐인 유먼의 공을 잘 공략했다. 선두 이종욱이 중전안타를 치고 나갔고 오재원의 2루 땅볼 때 2루를 밟았다. 이어 김현수의 중전안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마운드에서는 노경은의 호투가 돋보였다. 빠른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잘 섞으며 롯데 방망이를 무력화시켰다. 기분 좋은 출발이었다.
그러나 도망갈 기회를 못 살렸다. 그것도 작전 미스가 계속 나오며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4회 1사 상황이 시작이었다. 이원석이 중전안타를 치고 나가자 다음 타자 최주환의 타석 때 런앤히트 작전이 나왔다. 그러나 최주환은 바깥쪽 공에 손을 대지 못했다. 결국 2루를 향하던 이원석은 1루와 2루 사이에서 런다운에 걸린 끝에 횡사했다.
5회에도 뼈아픈 주루사가 나왔다. 5회 2사에서 김재호가 우전안타로 출루했다. 다음 타자는 준플레이오프 들어 감이 좋은 이종욱이었다. 2루까지만 가면 1점을 더 기대할 만했다. 두산 벤치도 과감하게 작전을 걸었다. 도루 시도였다. 스타트가 워낙 빨랐고 이를 의식한 롯데 포수 용덕한도 서두르다 공을 빠뜨렸다. 2루까지는 여유가 있었다. 성공으로 보였다.
그러나 김재호는 2루를 돌아 한참 나아갔다. 오버런이었다. 황급히 2루로 돌아갔지만 용덕한의 송구는 2루에 도착한 뒤였다. 2사에서 굳이 무리를 할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김재호의 주루 플레이가 소중한 기회를 차버린 셈이 됐다.
1-0의 리드가 계속 이어질수록 쫓기는 쪽은 두산이었다. 결국 두산은 7회 황재균 용덕한 문규현에게 3연속 안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그리고 9회 용덕한에게 솔로홈런을 맞고 무너졌다.
두산의 미숙한 플레이는 9회 마지막 기회에서도 도드라졌다. 선두 김현수가 중전안타를 치고 나갔다. 그러나 윤석민의 희생번트가 타석 앞으로 굴렀고 결국 2루로 뛰던 대주자 민병헌과 타자주자 윤석민이 모두 아웃됐다. 결과론적으로 희생번트를 성공해 1사 2루 상황을 만들었다면 한 방에 동점으로 갈 수도 있었다. 세밀한 야구에서 롯데에 앞서 있다고 자신했던 두산이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드러났다. 그만큼 부산으로 향하는 발걸음도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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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