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2] 두산 벤치 조급증이 만든 번트 병살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10.09 21: 57

누가 뭐래도 4번 타자는 팀의 중심이다. 한 점 차 박빙이었던 만큼 아웃카운트 하나 소모를 감수하고 번트 작전도 시도할 만 했으나 그는 번트에 그리 익숙하지 않았던 데다 대주자의 스피드도 아쉬웠다. 두산 베어스가 새 4번 타자 윤석민(27)에게 번트를 지시했으나 결과는 최악의 병살타로 이어졌다.
두산은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1-2로 뒤진 9회말 김현수의 중전 안타로 무사 1루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뒤를 이은 타자는 4번 타자 윤석민. 병살 위험성도 있었으나 윤석민은 올 시즌 김동주의 대체자로 활약하며 막판 활약을 해준 사실상의 주포였다.
여기서 두산은 김현수를 빼고 민병헌을 대주자로 넣었다. 그리고 윤석민에게는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3안타 맹타를 터뜨린 중심 타자까지 빼면서까지 어떻게든 득점 찬스를 만들어 동점을 만들겠다는 고육책이었다.

그러나 윤석민은 2군에서도 번트에 익숙하지 않았던 타자다. 올 시즌 3개의 희생번트를 기록하기는 했으나 4번 타자에게까지 희생번트를 지시한다는 것은 팀의 중심축을 흔든다는 이미지도 있다. 6월 중순까지 두산에서 한솥밥을 먹던 롯데 포수 용덕한도 이를 잘 알고 있어 3루수 황재균에게 대시를 주문했다.
결과는 롯데가 원하는 시나리오로 흘러갔다. 용덕한은 경기 후 “윤석민의 번트 때 3루수 황재균 앞으로 흘러갔고 마침 1루 주자 민병헌이 늦게 2루로 다가가고 있어 2루로 던지라고 이야기했다”라고 밝혔다. 유격수 문규현은 황재균의 송구를 이어받은 뒤 민병헌과의 충돌 충격을 이기는 투혼으로 1루에 송구, 3루수 앞 병살타로 매조졌다. 결국 팀은 1-2로 첫 두 경기를 모두 내줬다.
과정도 안 좋은 한 점 차 패배였다. 경기 후 김진욱 두산 감독은 “1차전은 길게 생각했어야 했고 이번 2차전은 곧바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9회말이 2-2로 끝나면 곧바로 마무리 스콧 프록터를 준비 시켜서 템포를 빠르게 가려고 했다”라고 밝혔다. 승부수로 가는 하나의 과정이 4번 타자 윤석민의 희생번트였으나 이는 1차 작전부터 수포로 돌아갔다.
뒤이어 김 감독은 “1차전을 이겼다면 과감하게 갔겠지만 1패를 먼저 안은 만큼 동점을 만드는데 주력하고자 했다”라며 번트 지시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벤치의 조급증이 4번 타자의 번트 실패 및 병살로 이어진 것이다. 2패로 몰리며 한 번만 더 지면 올 시즌을 마치게 될 위기에 놓인 두산은 2010년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성공했던 2패 후 3연승. 유일한 전례를 절박하게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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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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