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노감독 열풍의 신호탄이 될 것인가.
'우승청부사' 김응룡(71) 한화 감독이 8년의 공백을 깨고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령감독으로 컴백했다. 이에 따른 반향이 만만치 않다. 또 넥센 히어로즈는 10일 젊은 지도자인 염경엽(44) 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전격 선임했다. 레전드 감독의 복귀 속에 초보 감독의 탄생으로 야구계에 연이은 '깜짝쇼' 가 연출됐다.

야구인으로는 최초로 야구단 사장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인 김 감독이 고령의 나이에 현장으로 컴백하자 노감독 열풍이 부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다. 최근 몇 년간 프로야구의 추세는 젊은 감독이었는데 이제는 그 흐름이 변화될 조짐이다.
만 71세로 역대 최고령 사령탑이 된 것에 대해 김응룡 감독은 그저 "좋은 일이지, 좋아"라는 말만 연발했다. 이어 "김성근·김인식 감독도 빨리 (프로로) 돌아와서 함께 붙었으면 좋겠다"며 노감독들의 프로 복귀를 열망했다. 지난해 8월 시즌 중 SK에서 물러난 김성근(70) 감독은 지난해 말부터 함께 한 고양 원더스와 2년 연장 계약을 맺었고, 2009년 한화 감독 끝으로 물러난 김인식(65) 감독은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으로 있다.
최근 4년간 3번이나 최하위에 그친 한화가 '거장의 필요성'을 인식, 사장까지 지낸 김응룡 감독을 부른 것은 그만큼 한국야구가 처해 있는 현실이 어떠한지를 잘 보여준다. 노감독들이 물러나고, 젊은 감독들이 주류를 이뤘으나 뚜렷한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다. 감독들의 힘과 카리스마가 떨어지고, 프런트 야구에 종속돼 야구인들의 설자리가 점점 좁아든다는 지적이 났다.
무엇보다 현장 중심이 아닌 프런트 야구를 제어할만한 강력한 카리스마가 부족했다.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물러난 감독들이 대다수였다. 프로야구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꼬집는 큰 어른도 없었다. 올해 LG 김기태 감독과 KIA 선동렬 감독이 KBO로부터 징계를 받고 벌금을 문 것도 '젊은 감독들로 이뤄진 현장 사령탑의 힘이 약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었다.
그런 점에서 김응룡 감독의 복귀는 재야에 있는 노감독들을 다시 한 번 일으켜 세우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김응룡 감독이 현장 복귀를 결심하게 된 것도 김성근과 김인식 두 감독의 영향이 컸다고. 김성근 감독이 고양 원더스에서 무려 5명의 프로선수를 배출하는 기적을 썼고, 김인식 감독도 WBC 사령탑 후보에 오르는 등 노감독들의 현장 복귀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이에 김응룡 감독도 자극을 받았고 이제는 직접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3대 명장으로 통하는 김응룡·김성근·김인식 감독은 각각 한국시리즈 우승 10회·3회·2회를 달성했다. 김응룡 감독이 역대 사령탑으로는 최장기간(22년)·최다경기(2679경기)·최다승(1476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고, 김성근 감독이 그 뒤를 잇는 20년·2327경기·1234승을 기록 중이다. 김인식 감독은 16년·2057경기·980승으로 김응룡-김성근 감독에 이어 3위에 올라있다.
김응룡 감독의 바람대로 '3김(金) 시대'가 다시 한 번 그라운드를 달굴 수 있을까. 일단 '큰 형님' 김응룡 감독이 스타트를 끊었다. 앞으로 성적이 부진한 구단이나 신생구단이 나오게 되면 레전드 3김을 찾는 곳이 생길 가능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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