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롯데 '양떼야구', PS서도 무력시위 '톡톡'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10.10 06: 36

올해 롯데야구를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는 '양떼야구'였다. 수준급의 불펜투수가 줄줄이 교체되어 타자들을 비교적 짧은 이닝만 소화하고 들어가는 모습은 마치 목장 문을 열었을 때 양떼가 몰려나오는 것 같았다. 타선이 약해지면서 접전이 잦았고, 불펜투수의 잦은 등판은 불가피했다는 게 양승호 감독의 설명이었다.
롯데가 한때 선두싸움까지 벌일 수 있었던 비결은 강력해진 불펜에 있었다. 좌완 강영식, 이명우, 이승호에 우완 김사율, 최대성 언더핸드 정대현, 김성배까지 양적으로 구색을 갖추고 매뉴얼에 따라 불펜을 운영할 수 있었다. 덕분에 롯데는 팀 평균자책점 1위와 2위를 오갔고 불펜 평균자책점도 삼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롯데 자이언츠 역사상 가장 강력한 불펜을 갖췄다고 평가받은 올해였지만, 후반기에 오면서 불펜도 많이 지쳤었다. 9월 이후 불펜 평균자책점은 3.67로 시즌 평균인 3.47보다 높아졌고, 특히 1승 12패로 극심한 부진을 보였던 시기에는 5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두산과의 준 플레이오프에서 롯데 불펜에 의구심이 제기된 것도 사실이다. 시즌 막판 피로감을 노출한데다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롯데 불펜은 건재했다. 오히려 부진에 빠져 필승조들이 휴식을 취한 덕분에 오히려 구위가 회복됐다.
롯데는 준 플레이오프 1차전과 2차전을 모두 잡아내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불펜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1차전은 송승준이 5회 2사 후 마운드를 내려갔고 이후 5½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내 역전승의 발판을 놨다. 또한 2차전도 3이닝을 무실점으로 봉쇄했다.
이번 준 플레이오프도 '양떼야구'답게 많은 수의 불펜이 동원됐다. 2경기에서 불펜투수들은 모두 10번 등판, 경기당 평균 5명의 불펜투수를 소모했다. 정규시즌 막판 휴식을 취하며 컨디션 조절에 힘썼던 롯데 불펜투수들은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구위가 많이 떨어졌던 김성배는 2경기 모두 등판, 2이닝 3탈삼진 1실점으로 기량을 완벽히 되찾은 모습이고 마무리 정대현은 2경기 모두 세이브를 기록, 명불허전임을 입증했다. 준 플레이오프 들어서 롯데 불펜의 실점은 단 1점, 평균자책점은 1.08로 '짠물 투구'를 펼치고 있다.
반면 두산은 롯데에 불펜 싸움에서 밀렸다. 불펜의 질 보다는 꺼내들 수 있는 카드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가뜩이나 좌완 불펜이 부족한 두산은 믿을 수 있는 불펜투수가 홍상삼과 프록터 두 명 뿐이었고, 여기에 홍상삼이 2경기 연속 홈런으로 무너지자 더 이상 등판할 투수가 없었다.
관건은 불펜투수 관리다. 접전이 많은 포스트시즌 특성 상 롯데는 준 플레이오프부터 불펜투수들의 체력안배를 해야 한다. 그렇지만 한 번 지면 탈락하는 포스트시즌에서 무작정 전력을 아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준 플레이오프 2연승으로 기세를 올리고 있는 양승호 감독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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